증권 증권일반

껑충 뛴 증권사 채무보증, 부실 뇌관 되나

김기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7 17:30

수정 2014.10.28 06:37

껑충 뛴 증권사 채무보증, 부실 뇌관 되나

증권사들의 유동화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포함된 채무보증(우발채무)이 새로운 '부실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2년 채무보증금액과 관련한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완화로 신용보강 목적의 채무보증 금액이 급증해 증권사들의 유동성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17년 만에 NCR 기준을 100%로 하향했지만 증권사들의 수익성 회복과는 별도이기 때문에 유동성위험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채무보증 급증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우발채무 규모는 지난 2010년 말 6조1000억원에서 2013년 말 15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3년 만에 2.5배나 급증했다. 이는 유동화증권의 차환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매입보장약정만을 제공하던 증권사가 2012년 이후 신용보강 목적의 유동화 익스포저 제공을 크게 확대했기 때문이다.

즉 과거에는 NCR계산 시 채무보증금액을 무조건 영업용순자본에서 차감토록 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에 따라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은 채무보증금액에 대해서는 거래상대방별 신용위험값에 따라 신용위험액이 산정되도록 변경됐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NCR 하락에 대한 부담 없이 유동화증권 매입보장 약정, 자금대여약정,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보장 약정, 대출 채권 매입확약 등 유동화 익스포저를 크게 늘렸다.

증권사들의 채무보증 금액을 살펴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말 2조99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5%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현대증권은 1조1740억원으로 65%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7080억원으로 60% 늘었다. 신한금융투자(4560억원, 59%), NH농협증권(2조3900억원, 51%) 등도 크게 늘었다.

NH농협증권 관계자는 "신용보강 목적이 아닌 매입보장 약정이 늘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증권업계 고위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증권사의 투자은행(IB) 관련 업무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지급보증, ABCP 매입보장 등 우발채무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며 "최근에는 위탁매매 부문의 수익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유동화거래와 관련한 증권사의 익스포저 부담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총량규제 도입 필요

이 같은 유동화 익스포저는 특정기업과의 거래와 관련한 고유 위험과 함께 자금시장 경색 등 시장차원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국내 증권사들은 콜시장 경색에 따른 디레버리징(부채감축) 과정에서 자본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경험한 바 있다. 최근에는 계열사 위험 확산으로 고객들의 대규모 자금인출 요구가 발생한 동양증권 사태에서도 유동성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전문가들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경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채무보증금액에 대한 신용위험액 산정방식은 증권사 유동성위험 관리측면에서 실효성이 낮다"면서 "개별 증권사의 유동성 대응능력을 기준으로 유동성 위험을 초래하는 익스포저에 대한 총량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리서치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부채도 결국 시장의 자율논리에 맡기는 것이 맞다. 다만 유동성 위험을 초래하게 되면 업계 구조조정의 단초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kiduk@fnnews.com 김기덕 기자

■채무보증은 은행에서 돈을 빌린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할 때 다른 기업이 대신 빚을 갚겠다고 보증하는 행위를 말한다. 보증, 배서, 담보제공, 채무인수 등이 포함된다.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차환발행하는 유동화증권이 시장에서 매각되지 않을 경우, 이를 다시 매입해주는 유동화 익스포저 등이 채무보증 범주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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