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여의도 공공기관 ‘官피아’ 떠나자 ‘政피아’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4 17:25

수정 2014.10.24 22:37

여의도 공공기관 ‘官피아’ 떠나자 ‘政피아’

'관피아(관료+마피아)'가 자리를 비우자 '정피아(정치권+마피아)'가 증권가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한국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 감사와 주요 임원자리에 현 정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사들이 잇따라 포진해서다. 특히 일부 인사들은 자본시장과는 무관한 경력을 가진 것으로 드러나 자질 논란마저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의지와 정면 배치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 관련 공공기관인 한국거래소 감사 선임을 끝으로 코스콤 사장과 한국예탁결제원 경영지원본부장(상무급) 모두 현 정권 관련 인사들이 자리를 꿰찼다. 이들의 연봉은 평균 1억원대다.

거래소는 지난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신임 상임감사위원에 권영상 변호사를 선임했다. 권 감사는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경남도당 부위원장을 지냈고, 한나라당 경남도지사 경선과 총선 예비후보로도 출마했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경남선대위 정책본부장을 지내는 등 정치권에서의 다수 경력을 쌓았다.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 논란이 거세지면서 관료 출신들의 입지가 좁아지자 이번 거래소 상임감사위원 공모에 교수 등 17명이 지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경력이 전무한 권 변호사가 선임돼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올해 초 한일수 전 국회의원 보좌관을 경영지원본부 상무로 선임했다. 친박연대와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고 입법정책연구회 선임 연구위원 등을 역임한 한 상무는 서울시의원 선거에도 출마한 바 있다.

금융전산 공공기관인 코스콤의 정연대 사장의 경우 노조로부터 '박근혜정부의 보은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서강대 1년 후배인 정 사장은 지난 2012년 최문기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대덕연구발전시민협의회'를 통해 박근혜 지지선언을 한 바 있다.

이들 공공기관 외에 증권 유관기관 및 단체에도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올해 초 선임된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집행임원인 정우용 전무는 법학박사 출신 상법 전문가로 알려져 전문성은 높다는 평이나, 새누리당 의원실 보좌관 출신이다. 보좌관 재직 당시 담당 상임위는 외교통일위원회였다.

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이 다수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한국증권금융 또한 이명박정부 출신 인사인 김회구 감사가 자리잡고 있다. 김 감사는 국회 정책연구위원과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김 감사의 임기는 지난 6월 만료됐으나 현재 유임된 상태다.

이 같은 인사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공직자의 낙하산 관행은 막았지만 정치권 보은인사는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총선이나 지방선거 출마자 가운데 다수가 공공기관 등의 감사를 역임했던 인사들인 터라 공공기관 낙하산이 출마자금 마련처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성이 중요한 자본시장에 정치권 인사들의 낙하산 논란은 항상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치권 쪽으로 몰아준 인상이 짙다"며 "이들이 나름대로 역할을 하겠지만 자리 나눠먹기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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