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사내유보금 과세’에서 한발 물러난 정부 ‘기업소득환류세’ 도입 추진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4 17:39

수정 2014.10.24 22:34

‘사내유보금 과세’에서 한발 물러난 정부 ‘기업소득환류세’ 도입 추진

정부가 제시한 사내유보금 과세의 또 다른 버전인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놓고 자본시장에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단 정부의 조급함이 사내유보금 과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 당장이 아닌 향후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안을 제시했으나 기업의 고유 재무대책인 '배당'을 섣불리 건드릴 경우 기업이나 가계 모두 부정적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을 시장이나 가계로 흘려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나 기업의 실적개선과 대내외 환경이 어우러져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금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의 개별기준 당기순이익 총액은 전년 대비 17.48% 하락했지만 배당금 총액은 1.52% 증가했다. 이 중 외국인 배당금 총액은 같은 기간 대비 5.57% 늘어났다.

전체 배당금 총액 중 외국인 비중은 전년 대비 1.44%포인트 증가했다.

기업들의 과도한 유보금이 배당과 투자 등으로 연결되도록 고안된 '기업소득환류세제'가 과연 내수 활성화까지 연결될지는 속단하기 이르다는 평가다. 배당이 개인에게 돌아가는 몫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사내유보금 과세’에서 한발 물러난 정부 ‘기업소득환류세’ 도입 추진

최대주주와 외국인, 법인, 기관, 펀드 등을 제외하고 정작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가는 비중은 20%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기준으로도 외국인 배당 비중은 확대된 반면 개인들의 비중은 줄어 배당 확대가 가계수입 확대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개인투자자에 대한 배당 또한 고소득자들에게 분포돼 있어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실제 배당수익은 적을 것이란 의견이 다수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사내유보금이 많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업종 대표주의 외국인 비중은 40~50% 정도 된다. 배당 확대 시 외국인만 배불리지 않겠느냐 하는 이슈가 나올 수 있다"며 "법인세 외에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이중과세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책이 조심스럽게 진행되는 게 맞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관련 세제 집행 시 향후 기업들의 배당 결정과정에서 세금을 고려한 과잉투자 등 의사결정 과정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제 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설정 마련도 어려울 것으로 보여 기업 경영 자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정보기술(IT) 업종의 경우 불확실성이 높아 현금을 더 많이 쌓아둬야 할 필요가 있듯이 업종마다 유보금 수준이 달라 기준을 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배당을 안하는 것인데 투자를 강요하면 과잉투자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배당에 대한 절충점을 찾아가지만 정부가 정책적으로 정하면 결과적으로는 기업가치를 저해할 수 있다"며 "배당을 높이는 문화는 길게 봐야 하는 작업인데 정부에서 뭔가 빨리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비판 속에 업계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지난 2012년 이후 하향추세를 보이는 등 시장의 이익 성장동력이 저하되면서 단순히 유보금 압박만으로 내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의 건의사항과 관련 정책들을 가미해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배성영 연구원은 "유보금 이슈는 단기적 문제라기보다는 중장기적 이슈라고 본다"며 "전반적으로 고려했을 때 배당 높이는 효과는 있어 정책 방향성은 맞지만 금리 등 정책 공조가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박세인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