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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디폴트 위기 ‘보고펀드 사태’ 일파만파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7 17:22

수정 2014.10.24 21:29

사상 첫 디폴트 위기 ‘보고펀드 사태’ 일파만파

사모투자펀드(PEF) 사상 처음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진 보고펀드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보고펀드가 LG실트론 지분을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빌렸던 2000억원대 차입금을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 향후 인수합병(M&A) 등 추가 투자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또 국내 대표 PEF의 디폴트 사태로 사모펀드 시장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클 전망이다.

■채권단, LG실트론 지분 매각 추진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보고펀드 채권단은 최근 LG실트론 인수금융에 대해 채권 만기연장을 하지 않고 갚으라는 내용의 기한이익 상실을 보고펀드 측에 통보했다.

LG실트론 인수금융 채권단 10개 금융사는 28일 보고펀드가 보유한 LG실트론 지분(29.4%) 처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채권단이 담보로 잡고 있는 LG실트론 지분을 매각, 대출금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 회의를 열어 담보로 잡았던 LG실트론 지분 29.4%를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이상 매각하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리.하나은행 등 10개 금융회사는 보고펀드가 지난 2007년 KTB 사모투자(PE)와 공동으로 LG실트론 지분 49%를 인수할 당시 인수금융 2250억원을 빌려줬다. 채권단별로는 우리은행 950억원, 하나은행 400억원, 기타 900억원 등이다. 기한이익이 상실되는 금액은 862억원이다. 보고펀드가 역외에 설립한 해외펀드인 코리아글로벌펀드(KGF)와 보고에스에이치피투자목적회사(SHP)가 지분 10.0%를 담보로 빌린 돈이다.

그러나 적자 기업의 지분을 선뜻 나서 사들일 곳이 없을 것으로 보여 자금회수에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글로벌 경기가 아직 어두운 터널에 있고 기업 구조조정이 한창이어서 PEF의 연쇄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금융권에 적잖은 타격이 우려된다.

증권가에서 보는 실트론의 순자산가치(NAV)는 '0'. 지분매각이 쉽지 않은 이유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분매각이 결정되더라도 적정주가, 시장 상황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많다"면서 "자금을 최대한 회수하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보고펀드는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LG실트론에 투자해 전체 펀드의 손실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25일 보고펀드는 LG실트론 상장절차가 중단된 데 따른 손해 책임을 묻기 위해 LG와 구본무 LG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LG 측도 "억지주장"이라며 맞소송 등 강경대응을 한다는 방침이다.

■PEF시장 찬바람

토종 1호 PEF로 상징성이 큰 보고펀드의 디폴트로 인해 국내 PEF 시장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수의 PEF들이 만기가 돌아오는 데도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 같은 디폴트 사태가 늘어날 수 있다.

또 이번 보고펀드와 LG그룹의 법적 다툼과 유사한 분쟁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PEF업계에 대한 불신과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월 말 현재 펀드 설정 이후 5년이 지났는데도 회수하지 못한 자금은 총 6조11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 실패와 사상 초유의 인수금융 채무불이행 사태로 인해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PEF 출자를 보류하는 등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보고펀드는 옛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변양호씨와 리먼브러더스 한국대표를 지낸 이재우씨가 공동대표로 지난 2005년 출범했다. 설립 이후 2006년 동양생명보험을 인수한 데 이어 노비타에 지분을 투자했다. 이후 2007년 아이리버, 실트론, 2009년 비씨카드, 2011년 한국 버거킹 사업을 운영하는 BKR에 투자했다.


인수기업을 되팔아 높은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엔 미국 셰일오일 및 가스를 생산하는 아나다코, 카메라 교환렌즈 생산업체인 삼양옵틱스 등에 투자했다.
최근엔 속옷 전문 중견기업인 엠코르셋 지분 21.3%를 200억원에 인수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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