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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파워인터뷰] 황해령 루트로닉 사장

신현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0.31 18:15

수정 2010.10.31 18:15

"지금 주가는 회사의 가치보다 현저하게 낮다. 반드시 회사의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하겠다."

황해령 루트로닉 사장(54·사진)은 '최고경영자로서 투자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대뜸 "미안하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회사의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렇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황 사장은 "하지만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우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면서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공을 들인다면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더 유명

루트로닉은 광학·레이저 의료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의료용 레이저를 개발해서 생산하고, 판매와 애프터서비스(AS)까지 제공하는 업체다.

1990년대 중반 국내에서 생산되는 의료용 레이저 제품이 전무한 시절,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던 황 사장은 "세계적인 수준을 갖춘 장비를 만들어 보자"는 목표를 내걸고 1997년 지금의 회사(당시엔 맥스엔지니어링)를 설립했다.

황 사장은 "당시 국내 레이저 장비 시장은 모든 제품을 수입에 의존하던 황무지였다"면서 "외국제품에 비해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 장비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 회사를 직접 차렸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그의 생각은 주효했다. 의료용 레이저 장비들을 하나둘씩 개발·생산해 내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서서히 이름을 알려나가기 시작했다.

이 회사의 대표적인 장비는 향후 성장동력으로 평가받는 아큐스컬프(Accusculpt)는 얼굴지방제거 레이저 치료기다. 미국안면성형재건외과학회 회장인 대니얼 루소 박사가 "안면 성형시술 분야의 판도를 뒤바꿀 만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일으킬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세계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루트로닉의 기술력은 대단하다. 황 사장은 '독일의 벤츠사가 벤츠를 만드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것과 비유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1998년 20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지난해 370억원까지 증가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무려 48.9%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올해 초 세웠던 매출액 목표는 508억원이었지만 실제로는 450억원가량 될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하고 있다. 당초 계획했던 신제품 출시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 세계를 주름잡는 메이저 의료·미용 레이저 장비업체들의 실적이 2007년을 정점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선전이다.



■비상을 준비한다

최근 루트로닉의 주가는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3·4분기 실적이 부진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매출액 91억원, 영업이익 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4.9%, 62.9% 감소했다.

순이익은 무려 95.6%나 줄었다. 주가 약세는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황 사장은 단기적인 결과보다는 장기적인 성과를 약속한다. 생활수준 향상으로 피부와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로 인한 의료용 레이저 기기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황 사장이 현재보다 미래에 더욱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황 사장은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의료기기이다 보니 주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시간이 걸리는 기술이다 보니 바로 매출이나 이익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펀더멘털은 상당히 좋아지고 있다는 점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지금의 이익률은 10%가 채 안되지만 우리만 가지고 있는 기술력을 감안하면 머지 않아 20% 이상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 시장 규모면에서 한계가 있는 내수보다는 해외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향후 내수는 최대한 줄여서 70% 이상을 수출로 가져 갈 방침이다. 루트로닉의 수출 비중은 2008년 41.4%에서 지난해 46.6%로 높아졌으며 올해는 5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황 사장은 10년 후 루트로닉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보다 높이 뛰기 위해 잔뜩 웅크린 모습이라고 표현하고 싶다"면서 "글로벌 레이저 장비업계에서 당당한 1등이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s@fnnews.com신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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