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회계부정 부추기는 ‘쥐꼬리 감사보수’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05 17:29

수정 2014.10.29 06:50

회계부정 부추기는 ‘쥐꼬리 감사보수’

회계부정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들이 법정에 서는 일을 근절하려면 비현실적인 회계 감사보수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턱없이 낮은 감사보수가 회계법인이 감사에 투입하는 시간이나 인력 등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적인 감사 수준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0위 기업의 지난 2008년 이후 5년간 영업이익 증가 폭과 회계 감사보수 증가 폭을 비교한 결과 영업이익은 2.5배가량 증가한 반면 감사보수는 제자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동안 감사보수는 '제자리'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업별로 편차는 있지만 삼성전자 등 시총 10위 내 기업의 영업이익은 평균 2.5배가량 늘었다. 시총 10위 기업의 지난 2008년 연간 영업이익 총 합계는 25조3645억원인 데 비해 2012년 영업이익은 61조3983억원으로 5년 사이 142.06%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이들 기업의 외부감사인으로 이들이 작성한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회계법인이 받아가는 회계 감사보수는 여전히 5년 전 수준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법인들이 2008년 이들 시총 10위 기업으로부터 회계 외부감사를 대가로 받은 감사보수는 총 127억1900만원인 데 비해 2012년에 받은 감사보수는 165억7900만원으로 30.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회계 감사보수가 감소한 곳도 있다. 실제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사 모두 2008년 대비 2012년 회계 감사보수가 줄었다.

SK하이닉스는 2011년 외부감사인을 한영회계법인에서 삼일회계법인으로 변경하면서 2008년 7억5000만원이던 감사보수를 2012년 6억9500만원으로 줄였다. 같은 기간 SK텔레콤 역시 13억1000만원에서 12억2000만원으로 낮췄고, SK이노베이션은 2008년 한영회계법인에 8억700만원을 지급했지만 2012년에는 이보다 절반 이상 적은 3억6500만원을 지급했다.

■국내기업 감사보수 외국의 '30분의 1'

회계전문가들은 "영업이익이 증가한다고 해서 반드시 감사보수가 늘어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서 회계사들의 감사 투입시간은 크게 증가했다"며 "그런데도 감사비용은 오히려 줄어들면서 회계법인 간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현재 이들 국내 시총 10위 기업들이 지급하고 있는 감사보수가 얼마나 비현실적인 금액인지는 이들 기업의 경쟁업체로 꼽히는 외국 기업들의 감사보수를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시총 2위 기업인 현대차가 지난 2012년 지급한 감사보수는 15억원이다. 이에 비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감사보수는 462억원, 포드의 감사보수는 451억원가량이다. 미국뿐이 아니다.
SK텔레콤이 2012년 지급한 감사보수는 12억원인 데 비해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은 106억원에 달한다. 국내 기업보다 30배 이상 많은 금액을 감사보수로 지급하는 셈이다.


복수의 회계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 회계부정에 관한 소식이 나올 때마다 화살은 회계법인에 돌아가고 있다"며 "하지만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고르고 있는 현실과 이로 인해 갈수록 하락해가는 감사보수를 현실화하지 않는 이상 회계투명성 개선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