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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자투리 정리 1개펀드 올인.. 이게 선진투자”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23 17:03

수정 2014.10.29 01:59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23일 서울 북촌로 한옥마을 본사에서 장기투자 문화를 정착시키는 등 국내 자산운용산업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23일 서울 북촌로 한옥마을 본사에서 장기투자 문화를 정착시키는 등 국내 자산운용산업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0여개에 달하던 메리츠자산운용의 펀드를 모두 정리하고 한 개만 남겼습니다. 하나의 펀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선진국형 투자방식으로 장기적으로 수익을 향상시킬 것입니다."

월스트리트 최초로 한국 기업에 투자한 스커더인베스트먼트의 '코리아펀드'를 운용했던 존 리가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맡은 지 100여일을 맞았다.

그는 2006년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손잡고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일명 장하성펀드)를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23일 서울 북촌로 한옥마을 인근에 위치한 메리츠자산운용 본사에서 리 대표를 만나 취임 100일을 맞은 소회를 들어봤다.

리 대표는 메리츠자산운용에 온 이후 펀드매니저의 책임과 자율성을 높이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도입하고 장기투자 철학을 정착시키고 있다.

리 대표는 10여개에 달하던 메리츠자산운용의 펀드를 정리해 '메리츠코리아펀드' 1개만 남겼다. 최근 절세상품으로 관심을 끄는 소득공제장기펀드도 출시하지 않는다. 장기투자 방식은 좋은 종목을 사서 5~7년 보유하는 것이다. 또 수익률도 최소한 2~3년 이상 길게 보는 시각을 견지한다.

리 대표는 "자산운용은 오랜 시간 경험을 쌓고, 철저한 기업분석으로 투자해야 한다"면서 "주식을 산다는 것은 회사의 일부분을 사는 것이어서 동업자가 된다는 것이다. 동업자는 한 달 만에 주식을 사고 팔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장기투자를 위한 종목 선정에 현장 탐방을 가장 중요시한다. 6명의 펀드매니저가 연간 상장사 600곳 이상을 방문하며 발품을 팔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1832개 상장사 중 60~70개사를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리 대표는 "주가 그래프를 보기보다는 회사·경쟁사 탐방으로 경영진의 자질과 산업 장래 등을 다각도로 분석을 한다"면서 "은행에도 물어보고, 글로벌 경쟁사도 체크하는 등 노동집약적으로 일을 한다"고 말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자산 운용을 위해 직원의 창의성을 중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리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권위의식을 덜어내며 조직문화를 바꾸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보스(Boss)가 아니라 고객을 보스로 모시고, 자산을 늘리는 것을 과제로 삼은 것이다.

먼저 직원의 자유와 책임을 보장하는 미국식 수평적 조직문화를 도입했다. 회사 내에 팀장, 본부장 직책이 없어지면서 관리직이 사라졌다.

운용, 트레이딩, 인사부 직원은 자기 일만 하고 사장에게 직접 보고하면 된다.

업무보고가 팀장, 본부장을 거치면서 정보가 왜곡되고 커뮤니케이션에 제약받는 것을 혁신한 것이다.

리 대표는 "e메일로 5분이면 끝날 업무보고가 사원, 팀장, 본부장을 거치면서 5일이 걸린다"면서 "처음부터 업무를 사장에게 보고하니 일이 쉽게 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이 북촌으로 이전한 것도 발상의 전환 중 하나다.

리 대표는 "운용사는 꼭 서울 여의도에 있어야 하는지 질문을 하고 시장에서 떨어져 보니 객관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새롭고 엉뚱한 생각이 창의적인 업무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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