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은행 ‘짝짓기 판도’ 바뀐다

현형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08 19:37

수정 2014.11.05 11:26



시중은행, 국책은행간 제2의 합종연횡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자산 300조원을 육박하는 은행이 등장하면서 자산 규모가 적어도 200조원 정도는 돼야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간 짝짓기를 통한 몸집 키우기가 빠르게 전개되면서 국내 금융시장 판도도 소매와 기업금융으로 양분될 전망이다.

감사원의 국책은행 기능재편 권고에 이은 금융연구원의 잇따른 국책은행 역할 기능 구도 개편 필요성 제시에 따라 국책은행의 공공성과 상업기능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면서 기업은행에 대한 시중은행의 러브콜도 쇄도하고 있다.

■국책은행 기능 재편 가속화될 듯

3개 국책은행의 중·장기 발전 방향을 담은 보고서에 따르면 국책 금융기관 역할 재조정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돼 있다.

산업은행에 대해선 정책금융 기능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면서 상업적 업무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공공·상업기능 혼합형을 제시했다.


수출입은행은 수출금융 해외투자 해외자원개발 대외경제협력 및 남북 협력을 전담하는 ‘국제거래 지원 핵심 은행’으로의 발전 모델도 제시됐다.

정책금융의 수요 변화에 따라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을 받는 국책 금융기관의 중·장기 진로에 대한 밑바탕이 그려진 셈이다.

이 때문에 국책은행 역학구조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국책은행간 업무 영역을 둘러싼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감사원의 대우증권, 산은캐피탈, KDB파트너스, 산은 자산운용, 한국 인프라운용 등 산은 자회사 5개를 모두 매각하라는 권고에 탄력이 붙어 금융권의 제2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 경우도 본연의 중소기업 금융지원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중소기업 대출 자금의 금리 역시 일부 시중은행보다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총자산 100조원을 달성했지만 가계여신을 줄이고 금리를 낮출 경우 일반은행과의 경쟁력에서 열세를 면치 못해 확고한 방향성을 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따라서 산은의 기능 축소가 기업은행으로선 또 다른 위기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기업은행과의 합병을 희망하는 시중은행이 두세 군데로 압축되면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실정이다.

■시중은 러브콜에 몸값 치솟는 기은

기업은행을 가장 선호하는 은행은 우리, 하나, 농협 등 3곳.

기업은행의 현재 주가는 1만6000원 기준으로 할 때 시가총액이 7조억원대에 달한다. 단일 은행으로서는 유일하게 총자산 100조원을 달성한 바 있다. 따라서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데 드는 돈은 대략 싯가총책의 66.7%인 4조9000원에다 경영권 프리미엄 1조원을 합쳐 약 6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기업은행이 목표하는 싯가총액은 10조원을 기준으로 할 때 주가는 2만2000원선이란 분석이다. 이럴 경우 외환은행이나 LG 카드 인수에 비해서도 훨씬 싸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박재하 박사는 “중소기업 여신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는 기은과 합병하는 은행은 소매금융이든 기업금융이든 합병 시너지 효과 측면의 파괴력이 그 어느 은행보다 크다”면서 “ 캐스팅 보트를 가진 기업은행의 행보에 따라 시중은행의 판도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몸집 200조원 달성이 화두

국내 금융시장은 소매금융과 기업금융 재편과 함께 대형화가 빠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는 외환은행을 인수할 국민은행 자산이 286조원으로 300조원 달성을 목전에 둬 규모의 경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올 상반기 현재 총자산 이익률이 5대 은행중에서 가장 높은 1.71%를 나타냈고 당기순이익도 1조5800억원을 달성, 수위를 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도 합병을 위해 기업은행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두 은행이 손을 잡을 경우 총자산이 287조원으로 국민은행을 누르고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이를 위한 수순으로 우리금융은 2008년 3월까지로 되어 있는 정부지분(77.9%) 매각 시한 폐기 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명분은 시가총액 15조원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친 11조원대의 우리은행을 인수할 주체가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속셈은 은행간 합병의 장애요소인 정부 지분 매각 시한을 없애겠다는 복안이 깔린 것이다. 소매금융시장을 놓고 국민과 신한지주가 쌍두마차 시대를 여는 사이 기업과 손을 잡고 대중소 기업금융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어 합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다 LG카드를 인수, 총자산 219조원의 신한은행과도 거리를 더 떨어뜨릴 수 있는 부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총자산 118조원의 하나은행도 최근 외환, LG카드 인수에서 실패한 교훈을 삼아 기은과의 짝짓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의 은행 인수도 다시 수포로 돌아가 덩치 키우는 시선을 다시 국내로 돌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148조원의 농협도 최근 총자산이 200조원을 넘어서야만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그동안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고 기은이나 다른 은행과의 합병을 고려 중이어서 조만간 국내 금융시장의 판도는 3강 2중 2약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neths@fnnews.com 현형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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