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청약 예·부금 “분통터진다”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19 17:16

수정 2014.11.13 16:21


#1. 경기 일산에 사는 주부 서영숙씨(38). 2000년부터 월 10만원씩 청약부금에 꼬박 꼬박 불입금을 부으며 내집 마련의 꿈을 키워 온 그는 최근 크게 낙담했다. 전용면적 85㎡(25.7평) 이하의 민간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들이 드물어 청약부금을 사용할 분양단지가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2. 서울 신정동에 사는 김동수씨(47)는 600만원짜리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지만 청약할 곳이 없어 속을 끓이고 있다. 새 아파트를 장만해 이사가려고 10년째 30평형대 분양 아파트를 물색해 왔지만 ‘당첨’ 여신은 늘 그를 외면했다. 요즘 그는 “이젠 새 집 마련 꿈은 접어야 할 것 같다”며 포기 상태다. 수도권에선 지역우선 분양으로 청약 기회가 거의 없는 데다 서울지역에 나오는 분양 물량도 청약이 불가능한 40평형대 이상 대형 평수 아니면 무주택자용 아파트가 대부분이기 때문.

정부의 청약제도 개편을 앞두고 청약통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무주택자에게 유리한 청약 가점제를 도입키로 함에 따라 그동안 내집마련을 위해 10여년 이상씩 청약부금에 매달 불입금을 납부했던 실수요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1000만원 미만 청약예금 가입자들도 “아예 청약할 기회가 없어졌다”며 아우성이다.

특히 각종 재건축 규제 등으로 공급이 크게 부족한 서울지역의 경우 분양 물량이 많은 수도권지역 통장소유자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00만원 미만 청약예·부금 ‘애물단지’로 전락

정부의 공영개발 확대와 민간건설사의 중소형 평형 공급 축소로 청약부금·예금(전용면적 102㎡ 미만) 통장의 효용성이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건설교통부 홈페이지에는 이와 관련한 비난의 글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 공영개발을 대폭 확대하면서 청약저축 가입자들의 기회가 넓어진 반면, 민간건설사의 중소형 평형 공급은 매년 줄어들어 청약부금·예금 가입자들은 통장을 사용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청약예·부금 가입자들이 공공주택을 분양받기 위해 청약저축으로 갈아타려 해도 정부에서 기존 가입기간과 금액을 인정하지 않아 사실상 통장은 무용지물이 됐다.

건교부에 글을 올린 한 민원인은 “무주택 세대주로서 10년 넘도록 집 장만을 못해 서러운 데 청약부금 통장을 없애고 청약저축에 처음부터 다시 가입해 시작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억울한 사정을 토로했다.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청약가점제를 도입해 무주택자가 이전보다 쉽게 집을 살 수 있게 할 방침이지만 청약부금·예금 가입자에겐 이 제도도 그림의 떡이다. 아무리 부양가족이 많고 무주택 기간이 길어 가점이 높아도 민간주택이 아니면 청약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민원인은 “10년 무주택자에 3자녀이면 뭐합니까. 청약부금은 아예 (청약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글로 옮겼다. 비축용 공공임대주택 역시 청약부금이나 예금 가입자들은 청약 자격이 없다.

전문가들은 청약부금과 소액 청약예금 가입자중 서민 무주택자에게는 한시적으로 가입금액과 기간을 인정해 통장 전환을 허용하는 구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관련, 건교부 관계자는 “그 부분을 충분히 인지하고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청약가점제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 여러가지 안이 나오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구제 방안을 마련한다는 확답은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청약자, “청약할 물량이 없다.”

올 한해 총 18만여가구가 쏟아져 나오는 수도권지역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서울지역은 청약저축을 가지고 있어도 청약하기가 어렵다. 강력한 재건축 규제로 서울지역에 나오는 분양 물량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지역 분양 물량은 2만3000여가구로 수도권 18만500여가구의 12% 수준이다. 이마저도 서울지역은 주상복합 물량이 많아 일반 서민이 선호하는 일반아파트 당첨은 힘든 상황이다. 30평형대 일반공급 물량이 뚝 끊기면서 1000만원 미만 청약예금 통장은 쓸모가 없게 됐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서울지역에 청약할 수 있는 단지는 은평뉴타운과 가끔씩 소량 나오는 일부 재개발 분양아파트 외에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지역우선 청약제는 원래 투기를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는데 시행하다 보니 불합리한 점이 발견되고 있다”며 “ 인천, 경기 용인 등 수도권은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역 거주자 물량 외에 일정 물량을 서울 청약자에게도 기회를 주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과 수도권을 광역권으로 묶어 서울지역 청약자들이 일정 물량에 청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shin@fnnews.com 신홍범 김관웅 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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