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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기마자세, 2번의 구토” 신한銀 연수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5.01 18:23

수정 2012.05.01 18:23

“3시간 기마자세, 100㎞ 야간행군” 신한은행 신입 행원 연수..무섭네

“3시간 기마자세, 2번의 구토” 신한銀 연수

#. 커다란 실내 체육관. 얼굴에 앳된 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수백 명의 젊은이가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다. 그러나 모두 무릎을 굽히고 양팔은 앞으로 쭉 뻗은 기마자세다. 얼굴에는 고통을 참는 기색이 역력하고, 옷은 소나기라도 맞은 듯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그러나 이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감시하는 선배들 때문에 꾀를 부릴 수도 없다. 이들은 이런 상태로 무려 3시간이나 버텨내야 한다.

이 살벌한 장면은 해병대 훈련 과정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www.youtube.com)에 잠깐 공개된 신한은행의 2011년도 신입행원 연수 장면 중 일부다. 20분 길이의 이 동영상은 반나절도 되지 않아 일반인이 볼수 없도록 비공개로 바뀌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신입행원 연수과정에서 군사훈련을 방불케 하는 혹독한 극기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산 정도는 기본이고, 신병교육대에서나 치를 법한 수십㎞를 걷는 야간행군도 남녀 구분 없이 모두 치르게 하고 있는 것.

특히 신한은행 연수는 보기만 해도 겁이 날 정도다.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선 기마자세로 3시간 동안 도산 안창호 선생의 '주인의식'을 악을 쓰듯이 복창하는 '정독'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연수생들의 자세가 흐트러지면 조교 역할로 나선 영프론티어(YF) 단원들이 "이 시간을 통해 신한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지금의 신한을 이뤄냈다"며 호통을 친다. 한 연수생은 신체적 한계에 부딪혀 두 번이나 구토를 하는 장면도 있었다.

장거리행군도 연수과정에 꼭 포함되는 훈련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08년 '전환고시'를 통해 창구직원에서 일반 행원으로 전환된 직원들을 경기도 기흥의 연수원에서 연수받게 했다. 그런데 사령장을 연수원에서 서울 남대문에 있는 본점까지 걸어와서 받게 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입행 기수별로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정독이나 행군 같은 강도 높은 연수 프로그램은 신한은행의 전통으로 자리잡았다"며 "상·하반기로 나뉘서 실시하는 공채 직원들은 모두 이 과정을 통해 신한의 조직 문화를 체득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신한은행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신입행원 연수 과정에 혹독한 프로그램을 포함시킨다. 국민은행은 1박2일간 100㎞ 야간행군을 실시한다. 실제로는 80㎞ 정도에서 종료되지만 남녀직원 모두 참가하는 대표적인 극기훈련이다.


하나은행은 1박2일 설악산 등반이 연수과정에 실시된다. 우리은행의 경우도 신입행원 연수과정에서 매스게임과 산행 등 다양한 야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러나 이순우 행장 취임 이후 이를 대부분 없애고 직무평가 위주로 신입행원 연수 과정을 대폭 수정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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