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2013 HIGH KOREA] 가계빚 1000兆 시대..서민 눈물 닦아주는 ‘힐링금융’ 뜬다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1.01 17:12

수정 2013.01.01 17:12

[2013 HIGH KOREA] 가계빚 1000兆 시대..서민 눈물 닦아주는 ‘힐링금융’ 뜬다

#. 30대 직장인 A씨는 올해 결혼을 앞두고 고민이 크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직장 생활에 대비해 작은 사업체를 시작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장사는 되지 않고 임대료가 밀리면서 빚만 늘었다. 은행과 캐피털에서 얻은 빚이 3000만원에 가깝고 카드빚과 보험을 담보로 얻은 빚도 500만원가량이다. 3000만원이 넘는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A씨는 파산 신청을 고민하고 있다.

#. 40대 주부 B씨는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이자에 한숨이 늘었다.
맞벌이를 하면서 월급을 모아도 재산이 모이지 않았다. 매달 중고차 할부금으로 갚아야 할 돈과 자녀 교육비 등 생활자금 때문에 캐피털에서 얻은 빚, 카드값 때문에 대부업체에서 얻은 빚까지 합치면 3000만원가량이 된다. 올해는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 보증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작은 집이라도 마련하고 싶지만 매달 갚아야 할 대출금을 생각하면 사정은 여의치 않다.

[2013 HIGH KOREA] 가계빚 1000兆 시대..서민 눈물 닦아주는 ‘힐링금융’ 뜬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서면서 국가경제의 최대 부실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7년 600조원대에 머물렀던 가계부채는 2008년 700조원대에서 2010년 800조원대, 2011년 900조원대를 넘으며 매년 자릿수를 바꾸며 증가했다. 1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가계부채 총액은 937조5000억원이다. 여기에 소규모 개인사업자와 민간 비영리단체의 부채까지 포함하면 1066조5450억원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연말까지 집계하면 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가계빚에 허덕이는 서민들에 대한 새로운 서민금융 방식, 즉 '힐링(치유.healing)'을 접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민금융 키워드 '힐링'

금융권은 올해 키워드로 '힐링'을 내세우고 있다. 저금리 대출, 고금리 전환 대출 등 '착한금융'을 통해 빚더미에 허덕이는 서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부채의 68%를 차지하는 금융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저금리 대출, 저신용 해결 등 서민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우리은행의 희망적금이나 수수료를 없앤 국민은행의 직장인 우대통장, 1000원 미만의 잔돈을 할인해주는 신한심플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메리츠화재 무배당 연금 등은 모두 힐링을 모토로 한 금융상품이다.

앞서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바꿔드림론 등 금융권에 서민대출상품이 속속 등장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지난 2009년 출시돼 신용등급이 낮거나 담보가 없는 서민들을 위해 소액대출을 시작한 미소금융은 경기 수원에 미소금융 1호지점이 생긴 이래 현재는 전국에 160여개 지점이 생겼다. 이들 지점이 대출해준 금액은 7400억원으로 8만명 이상의 서민들이 지원을 받았다. 2010년 출시한 새희망홀씨도 출시 2년 만에 지원액 3조원을 돌파했다. 지금까지 지원은 받은 사람들은 모두 35만명. 신용등급 7등급 이하로 낮거나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의 저소득 계층이 70% 이상이다. 특히 국민은행과 전북은행 등의 새희망홀씨 지원액은 90%가 넘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힐링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7월 서민금융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햇살론 보증비율을 95%로 상향조정해 햇살론 공급 확대를 지원하는가 하면 은행들의 경영평가에 서민금융 지원 실적을 포함해 서민 지원을 독려하기도 했다.

■미소금융 재원 마련 등 숙제

무엇보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새로운 정권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와 미소금융 재원 마련 등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대법원이 미소금융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휴면예금을 은행이 함부로 처분할 수 없다고 판결내면서 향후 진행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우리은행과 남대문세무서 간 법인세 부과 처분 관련 소송에서 '은행이 예금주에게 이자를 계속 지급하고 인터넷뱅킹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 휴면예금이 아니다'라며 은행 손을 들어줬다. 대부분의 예금이 이자가 있고 은행도 관행적으로 이를 지급해 왔으므로 사실상 휴면예금이라는 것은 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이미 10년이 경과된 상태에서 출연된 휴면예금(1785여억원)은 문제가 없지만 10년이 지나지 않은 예금(2770여억원)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미소금융재단에 설명했다. 또한 향후 휴면예금 발생이 없으므로 추가 출자도 어려울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나고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금융위원회가 하나은행의 하나고등학교 출연에 대해 최근 은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외환은행이 하나고에 출연한 257억원이 은행법 위반이라고 결론 내린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은행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해석을 내렸다.

문제는 이번 결정으로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은행들이 출연해 설립한 미소금융재단도 유사한 위법 소지를 안게 됐다는 점이다. 미소금융재단은 금융지주 산하에 재단을 설립하고 은행이 휴면예금을 출연한 뒤 각 금융그룹별로 은행이 추가 출연을 했는데 이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미소금융 측은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특히 휴면예금관리법 개정 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소금융재단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 자체가 휴면예금 출연을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닌 데다가 수많은 판결 가운데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재단이 휴면예금관리법에 의해 설립된 만큼 재원마련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금융당국이나 각 은행에서 법규 개정 등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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