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KB, 직원들 단기실적 경쟁 안시킨다”

이승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2 17:23

수정 2014.10.28 04:56

“KB, 직원들 단기실적 경쟁 안시킨다”

"이제 성과급(실적)과 인사는 별개입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사진)이 조직 내 뿌리내리고 있던 낡은 인사관행에 '자성의 일침'을 가했다.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금융사고로 인해 금융기관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사 방식을 바꿔 단기실적이 최우선되는 조직문화를 깨뜨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직원들의 영업실적을 점수화해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제도를 근본부터 뜯어고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 행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기자를 만나 "실적이 좋으면 그에 응당한 성과급을 주겠지만 인사에는 반영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향후 인사에서 실적이 아닌 다른 부분을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과보상과 인사 체계를 분리·운영해 무리한 실적경쟁이 초래하고 있는 직원들의 편법·탈법 행위를 사전에 차단, 직원 비리로 인한 금융사고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과거에는 직원들의 실적이 성과급은 물론 인사에도 반영되면서 과도한 실적경쟁을 초래했다"며 "이로 인해 직원들이 편법을 써서라도 실적을 올리고 보자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각종 사고가 터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행장은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이제는 인사에 내규나 원칙을 지키지 않는 직원에 대해서는 인사 때 분명한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한 재무적 지표만을 토대로 직원들을 평가하지 않겠다는 이 행장의 확고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행장은 최근 임직원 평가기준으로 활용됐던 성과평가지표(KPI)를 폐기처분했다. 대신 가치향상지수(VI)를 도입, 단순 실적이 아닌 직원들의 영업행태에 대한 도덕적 평가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KPI라는 지표에 의존하지 않고도 직원평가를 했다"며 "단지 실적만으로 직원들의 순위를 매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일선 영업지점에서 여전히 실적경쟁이 치열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직원들이 아직 새로운 인사시스템으로 인한 결과물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행장의 판단이다. 이 행장은 다음 인사 결과가 나오면 직원들도 새로운 인사 시스템을 믿고 과도한 실적경쟁을 지양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행장은 "아직 (새로운 인사시스템의)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직원들의 믿음이 부족해 각 지점에서는 여전히 직원들이 실적을 올리는 데 경쟁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음 인사를 통해 실적이 높다고 인사에 유리하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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