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한은, 변화의 기로에 서다] (中) 그들은 왜,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나?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2 17:41

수정 2014.10.24 23:58

[한은, 변화의 기로에 서다] (中) 그들은 왜,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나?

[한은, 변화의 기로에 서다] (中) 그들은 왜,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나?

"최근 잠재성장률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성장이나 고용에도 통화정책의 중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관심을 끌고 있다. 경제구조와 대외환경의 변화에 상응해 한국은행의 역할과 책무가 재정립돼야 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월 취임사에서 한국은행 역할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물가안정'에 집중돼 있던 한은의 역할이 '금융안정'으로 확대됐지만 경기부양을 위한 지원 등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한은이 고용과 경제성장 등의 추가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 수단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이미 금융위기 이후 역할 재정비에 나섰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불렸던 중앙은행 총재들도 이제는 물가안정과 함께 고용과 경제성장을 책임지는 '경제 대통령'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형 중앙은행 역할 재정립 필요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역할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간 물가안정 위주의 통화정책을 펼쳤던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추가 목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2008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지침서에서 처음으로 물가안정과 함께 완전고용을 통화정책 목표로 명시했다. 이전까지 미 연준은 물가안정과 완전고용 두 가지 통화정책 목표를 내세우면서도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여겼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완전고용도 중시하는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지금도 미 연준은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고유 역할인 물가상승 억제보다는 고용 회복 등을 통한 경기부양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란은행은 마크 카니 총재가 지난해 7월 취임한 후 최근 1년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타깃팅→선제지침→거시건전성정책' 등 세 차례에 걸친 통화정책을 시행했다. 지난 1992년부터 물가안정목표제를 통화정책으로 시행해왔던 영란은행이 실물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정책 실험을 단행한 것이다.

한국은행 역시 한은법 개정이나 통화정책 운영체제 변화는 아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이라는 역할을 일정부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 실장은 "한국은행이 통화정책방향문에서도 경기를 지원하는 수준으로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표현을 쓰듯이 현재 통화정책을 물가만을 보고 결정하진 않는다"면서도 "다만 경기지원을 위한 뚜렷한 목표설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 제 목소리 내야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이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자기 목소리를 시장에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미 연준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경우도 있었다. 재닛 옐런 연준 이사회 의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미국 증시 일부 섹터의 밸류에이션이 지나치다"면서 "특히 소셜미디어와 바이오주 등 소형주 고평가가 우려된다"며 특정 업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은 시장에 개입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는 정부의 경기활성화를 위한 금리인하 등 정책 요구에도 "통화정책이나 금리는 내가 결정한다"고 말하며 인플레이션 억제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최근 정부의 금리인하 압박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시장과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에도 한은이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실제 과거 모호한 화법으로 시장에 혼란을 가져왔다는 비난을 샀던 중앙은행들도 통화정책에 대한 선제적 안내를 통해 소통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연준은 지난 2012년 1월 발표한 '장기목표와 정책전략에 관한 성명서'에 통화정책 운영에 대한 원칙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일반대중에게 가능한 한 명료하게 통화정책 결정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내용을 포함했다.

아울러 미 연준은 정책의도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의 하나로 '포워드가디언스'를 적극 활용해 적정 목표금리 전망치 및 향후 금리인상 예상 시점 등을 공개한다.

카니 영란은행 총재도 시장이 예측할 수 있는 정책의도를 미리 제시해 '선제 안내의 선구자'로 불리고 있다.

박성욱 실장은 "한은도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써의 '포워드가디언스'가 필요하다"면서 "포워드가디언스를 향후 금리방향 명시에 대한 것보다는 시장과 한은 사이의 경제 인식에 대한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소통의 방법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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