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8월 시행하는 LTV·DTI 규제 완화, 가계부채 질 개선될까

이승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7 17:25

수정 2014.10.24 21:28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이냐, 채무부담만 늘리는 셈이냐.'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이 경기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현 정부의 방안대로 LTV·DTI 규제가 완화될 경우 비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은행권으로 흡수, 가계부채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LTV·DTI 규제 완화 효과가 일부 고소득층에만 한정되는 것은 물론 대부분의 서민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낮은 금리로 빚을 더 늘리라고 부추기는 셈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금융위원회는 LTV와 DTI의 개선 방안에 관한 절차를 이번 주중 마무리하고, 8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은행으로 '대출 갈아타기' 증가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업권과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LTV는 70%, DTI는 60%로 통일시키기로 결정한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금융권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금융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비은행권 주담대를 은행권으로 전환시켜 가계부채 구조를 안정적으로 개선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리가 높은 비은행 주담대에서 금리가 낮은 은행 주담대로 '대출 갈아타기'가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기존에는 은행권 LTV·DTI 규제가 엄격해 비은행권 대출이 증가하면서 가계금리 부담이 가중되는 '풍선 효과' 문제가 심각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전체 주담대 가운데 은행 비중은 지난 2007년 말 75%에 달했지만 올해 3월 말에는 66.4%로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권 주담대 비중은 3.9%포인트 높아졌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체 주택 관련 대출에서 은행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가계부채의 질 개선 및 가계의 이자부담 완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비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은행 주택담보대출 전환 및 대체로 인한 가계의 이자 부담 감소액은 연간 54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비은행권 금융기관에서도 주담대 고객이 은행권으로 넘어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50~60%를 적용받는 은행권에서 대출액이 모자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비은행권은 LTV 60~70%를 적용받고 있다. 현재 비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연 4.72% 수준으로 은행권 금리인 연 3.63% 수준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비은행권 금융기관 관계자는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LTV마저 같은 수준으로 규제를 받으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들이 모두 은행으로 가면 우리는 결국 저신용자 위주의 위험 거래만 할 수밖에 없다" 말했다.

■서민들 가처분소득 높여야

LTV·DTI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거세다. 규제 완화의 효과가 일부 고소득층에만 한정되고 대다수 서민들과는 무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LTV는 전 금융권 평균 51.1%, DTI는 34.3%에 불과하다. 이는 LTV·DTI 규제로 인한 대출 상한선 때문에 대출을 받고 싶은 사람이 못 받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LTV·DTI 규제 완화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특히 제2금융권 가계대출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DTI 규제까지 완화하면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DTI의 경우 개인이 상환할 능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가계부채 문제의 질적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는 실질적 구매력을 가져야 하는 대다수 서민과 중산층의 실질소득과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며 "LTV·DTI 규제 완화의 효과는 추가대출을 통해 집을 살 수 있는 고소득층과 강남권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LTV·DTI 규제를 담당하고 있는 금융당국 내에서도 이번 정부 방안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처방은 LTV·DTI 규제 등 금융규제 완화보다는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LTV·DTI 규제 완화가 경기 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것보다 실질임금을 높이고 복지를 확충하는 방안들을 통해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