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기준금리 인하 후폭풍, 서민은 힘들다

고민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20 17:15

수정 2014.10.23 22:32

기준금리 인하 후폭풍, 서민은 힘들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자 기본금리는 놔둔 채 가산금리를 올리는 은행들의 꼼수가 서민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푼 데 이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까지 내리면서 우려했던 부작용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선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1%대로 추락하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정기예금 등 고금리 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일부 저축은행은 3%대의 상품을 출시, 제2의 저축은행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시중銀 수익성 올리려 꼼수, 저신용층에 가산금리 더받아
대출 가산금리가 오르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소득이 낮은 저·중 신용층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더 많이 올려 서민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자 은행들이 기본금리는 놔둔 채 미리 가산금리를 올리는 편법을 썼다는 지적이 적잖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1년간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 방식) 가산금리를 최고 0.88%포인트 인상했다. 평균 가산금리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전북은행 0.88%포인트다. 이어 한국씨티 0.39%포인트, 대구은행 0.29%포인트, 제주은행 0.14%포인트 등이다. 경남은행(0.04% 포인트), 광주은행(0.06%포인트), 국민은행(0.05%포인트), 수협은행(0.05%포인트), 신한은행(0.04%포인트), 우리은행(0.01%포인트) 등도 가산금리를 올렸다.

가산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수협은행으로 1.32%에 달했다. 전북은행(1.26%), 제주은행(1.14%), 광주은행(1.03%), 신한은행(1.03%) 등도 1%대의 가산금리를 유지했다.

가산금리는 대출금리를 정할 때 기준금리에 덧붙는 것으로 은행의 마진, 대출자 신용도, 담보가치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인상폭은 대출 수요가 많고 돈 떼일 염려가 적은 중등급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은행연합회가 집계한 신용등급별 가산금리를 보면 중신용층 4, 5등급의 가산금리는 각각 0.11%포인트, 0.03%포인트 올랐다. 저신용층인 6등급의 가산금리가 0.01%포인트 떨어졌지만 1~3등급 가산금리가 0.05%포인트 하락한 것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저신용층(7∼10등급) 가산금리도 1년 새 0.08%포인트 하락했지만 17개 은행 중 오른 곳이 9곳으로 떨어진 곳보다 많았다. 1등급은 가산금리가 하락한 9개로 더 많았다. 고신용층에게 금리를 되레 깎아준 은행들도 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조달 만기와 저신용층 부도위험 등을 따져 가산금리를 책정했다"면서 "수익성 악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자금조달의 경우 대출과의 만기 차이를 고려해 은행 내부금리(FTP)에 반영하는 만큼 '가산금리 인상'만으로 뭉뚱그려 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개인 신용대출 가산금리와 마이너스통장 금리도 올리고 있다. 7월 기준 광주은행은 고신용층(1~3등급, 이하 일반 신용대출 기준)의 가산금리를 지난해 6월보다 0.19%포인트 내린 대신 저신용층(7~10등급) 금리를 0.47%포인트 인상했다. 전북은행은 저신용층의 가산금리가 9.28%에 달했다. 여기에 기준금리 2.56%를 더하면 대출금리가 11.84%에 이른다.

은행들은 가산금리 인상의 다른 사유로 수익성 악화를 꼽았다. 저금리로 주요 수입원인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자 어쩔 수 없이 가산금리를 올렸다는 것이다.

■저축銀 3%대 예금 유혹, 이자 목마른 서민들 몰려

'초저금리시대' 은행권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상품을 내건 저축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연 1%대로 곤두박질치자 연 3% 금리의 저축은행 예금상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대구 지역에 기반을 둔 참저축은행이 전날 100억원 한정의 연 복리 이자율 3.3%(세전)의 특판 정기예금을 내놓자 하루도 안 돼 판매액이 10억원을 돌파했다.

연리 3.3%는 은행권과 제2금융권을 통틀어 최근에 나온 정기예금 상품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자랑한다.

안혜진 참저축은행 수신팀장은 "온종일 해당 상품에 가입하려는 고객의 방문과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며 "이 추세라면 일주일 안에 판매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14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금리가 연 1%대까지 떨어지는 초저금리 정기예금 상품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대구 지역에 기반을 둔 유니온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150억원 한정, 연리 3.35%의 특판 정기예금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이 상품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한 당일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부산.경남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동원제일저축은행 역시 지난 18일 100억원 한도로 연리 3.04%로 특판 정기예금을 출시하자 상품 가입을 원하는 내방 고객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

지난달 초 개점 기념으로 500억원 한정의 최대 연 3.2% 금리의 정기예금 상품을 내놓았던 OK저축은행도 출시 사흘 만에 판매를 끝내기도 했다. 따라서 은행권의 초저금리 현상에 따라 저축은행으로 정기예금 가입 수요가 몰리자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저축은행도 속속 나올 전망이다.

웰컴저축은행은 이달부터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기존 연 2.6%에서 연 2.7%로 인상했다.

조시연 웰컴저축은행 CRM팀장은 "예금금리를 인상하고 나서 상품 가입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추후 예금금리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전국 87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평균 금리는 정기예금이 2.75%, 정기적금이 3.48% 수준이다.

현재 정기예금으로 연 3% 이상의 이자율을 주는 저축은행은 특판 상품을 출시한 2곳(참, 동원제일) 외에 조흥(연 3.16%), 유니온(연 3.14%), 한성.청주.대명.친애.드림(연 3.0%) 등 총 9곳이다. 아울러 정기적금 상품 역시 저축은행이 일반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편이다.

SBI.OK.아산.청주저축은행 등이 정기적금 상품에 연 4∼5%대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gms@fnnews.com 김문호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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