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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코리아’ 한국금융] (4) 항아리 돈 묻어두는 베트남, 한국 은행들에겐 기회의 땅

고민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21 17:09

수정 2014.10.23 21:31

[‘비욘드 코리아’ 한국금융] (4) 항아리 돈 묻어두는 베트남, 한국 은행들에겐 기회의 땅

▲ 베트남 호찌민 번화가에 있는 다이아몬드플라자(왼쪽)와 금호아시아나플라자(오른쪽). 호찌민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건물인 금호아시아나플라자에는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및 산업은행 등이 입점해있다.
▲ 베트남 호찌민 번화가에 있는 다이아몬드플라자(왼쪽)와 금호아시아나플라자(오른쪽). 호찌민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건물인 금호아시아나플라자에는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및 산업은행 등이 입점해있다.
"해외 진출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는 국내 은행들에 베트남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전체 베트남 인구 중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비율은 20%도 채 되지 않는다. 돈을 벌면 은행에 예금하기보다는 집안 깊숙한 곳 항아리에, 금고에 현금을 넣어두는 모습이 더 보편화됐다. 잠재된 금융 수요만 하더라도 얼마인가." (A은행 하노이지점장)

"이머징마켓에 대한 국내 은행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누가 먼저 빨리 지점을 내고, 현지화를 해내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로 나뉠 것이다. 당행 역시 베트남을 거점으로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전체에 금융밸트를 구축하는 것을 장기 목표로 갖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해외로 은행의 영토를 확장시킬 수밖에 없다." (베트남 진출 B은행장)

【 호찌민.하노이(베트남)=고민서 기자】 메콩강을 따라 '금융한류'의 기운이 샘솟고 있다. 금융산업에 있어 높은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베트남·인도네시아를 비롯해 현지영업의 각축장이 된 캄보디아, 고성장 열기가 뜨거운 라오스, 마지막 남은 황금시장인 미얀마까지 국내 은행들의 눈길이 온통 이머징마켓, 동남아로 집중되고 있다.

그중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역내 정치 불안 등 여러 가지 악재에도 불구하고 내수시장 확대 및 해외자금 유입 등으로 지난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3.0%를 상회하는 5.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 경제를 이끌 만한 성장엔진으로 지목되고있다.

특히 베트남, 캄보디아는 규제개혁을 통한 시스템 개선 등으로 경영여건이 호전되면서 역내 은행들의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호조세를 보이는 시장이다. 또한 미얀마의 경우 지속적인 경제.금융분야 개혁과 개방 조치,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유치 등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때문에 떠오르는 신흥 금융시장에서 금융 주도권을 잡으려는 국내 은행들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여전히 매력적인 '베트남'

현재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국내 은행만 해도 10곳이다. 그중 신한은행은 100% 외국투자은행으로 본점을 포함해 10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사무소는 KB국민, NH농협 등을 포함해 하노이 3곳, 호찌민 4곳이 운영 중이다. 이어 하나은행이 지난 2007년 호찌민사무소 설립 후 7년 만에 지점 전환을 눈앞에 두고있다.

동남아 이머징마켓에서 유독 베트남이 국내 은행들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트남은 올해 초 외국투자가의 은행 지분투자 한도를 15%에서 20%로 상향하는 등 금융업의 대외개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금융산업 인프라가 미흡해 자국민 대부분이 은행을 이용하지 않을 만큼 잠재된 금융 수요도 상당하다.

베트남에 진출해있는 한 시중은행 하노이지점장은 "한국은 베트남 진출국 중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나라로 손꼽힐 정도로 진출 기업이 상당하다"며 "어림잡아 베트남 당국에서 추산하는 한국 기업 외 등록되지 않은 기업체까지 합쳐도 30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현지 진출 기업에 대한 금융거래 수요는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메콩강 신흥3국'으로 국내은행 러시

이외에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 메콩강 신흥3국으로의 진출에도 국내 은행들은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최근 BS금융은 BS캐피탈의 캄보디아와 미얀마 현지법인 설립 절차를 완료했다. 라오스에서도 올해 안에 라이선스를 취득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미얀마에서 서민금융부문에 특화된 현지법인(Hana Microfinance)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특히 국내 은행들이 이들 신흥3국에 대해선 소액대출업을 통해 진출 속도를 내고 있다. 아직까지 현지 진출 기업이 적다 보니 은행업을 통한 수익 창출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

현재 미얀마에 사무소를 운영 중인 국내은행은 신한, KB국민, 우리, IBK기업, 하나, KDB산업, 수출입은행 등 7곳으로 미얀마 금융당국은 조만간 5개 내외의 외국계 은행에 대한 지점 설립을 허가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울러 캄보디아의 경우 현지법인 형태로 신한, 국민은행이 프놈펜에 진출해 있다. 캄보디아 금융당국은 자국의 경제성장을 도모하고자 외국자본 투자를 적극 유도하면서 외국자본을 받아들이는 데 특별한 규제를 두지 않고 있다. 때문에 낮아진 진입장벽을 타고 국내 은행은 물론 일본 미즈호 은행, 중국 공상은행 및 대만 협력은행 등 중국계 은행들의 진출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C은행 캄보디아 주재원은 "베트남과 달리 캄보디아는 한국 기업 진출이 적지만 현지영업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최적의 시장"이라며 "아직까지 이머징마켓에 대한 수익보다 지출이 많다 할지라도 현지인에 특화된 금융상품을 출시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본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딴 'CLMV' 국가들의 인건비는 여전히 중국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연평균 5%를 상회하는 경제성장률로 소비시장의 매력도도 급상승 중이다.
때문에 이들 신흥국에 대한 국내 진출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국내 은행들 역시 동남아 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gm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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