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기로에 선 물가안정목표제] <상> 1%대 저물가에 갇힌 경제.. 2.5%대 목표 밑돌 듯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02 17:33

수정 2014.09.02 17:33

[기로에 선 물가안정목표제]  1%대 저물가에 갇힌 경제.. 2.5%대 목표 밑돌 듯

한국은행의 경기 판단 능력에 의문이 들고 있다. 2%대를 예상했던 한은의 물가 전망이 계속 엇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높게 잡았다가 낮추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한은의 잘못된 예측과 판단은 중앙은행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장경제 전체를 흔들 수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기회에 물가만을 바라보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제가 금융 불안요인을 키우고 경제정책 운영의 유연성을 제한한다는 판단에서다. 물가안정목표제에 집착하는 중앙은행의 현주소와 대안은 없는지 시장의 의견을 모아본다. <편집자주>
한국경제가 '저혈압(저물가)'에 시달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 달성(2.5%~3.5%)이 사실상 실패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아직 4개월 가량을 남겨놓고 있지만 물가상승률이 1%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중앙은행의 신뢰에 손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엔 물가목표 밑단을 지키지 못하고 있어 경기도 살리지 못하고 물가도 예상치 못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저혈압에 신음하는 한국경제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는 중앙은행이 물가상승률 목표를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정책금리 조정 등을 통해 이를 직접 달성하는 통화정책 운영방식이다. 이 방식은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임금 가격 등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장래 예상물가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1990년대 뉴질랜드(1990년)를 시작으로 여러 나라에서 도입했다. 98년 도입해 운용하는 한은은 '물가안정'이 존립 근거이기도 하다.

한은은 3년마다 중기물가목표를 내놓는다.

지난 2012년 10월 내놓은 2013년~2015년 물가목표는 2.5~3.5%. 소비자물가가 이 범위 내에서 움직이도록 한은이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목표다.

현실은 한은의 기대를 벗어났다. 목표치(2.5~3.5%)의 밑단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 이 바람에 한은은 지난해 물가 전망을 네 차례(2.5%→2.3%→1.7%→1.2%)나 내려 잡아야 했다.

올해들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은과 통계청에 따르면 올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1.4% 상승하는데 그쳤다. 2012년 11월 이후 22개월째 1%대 상승에 머물고 있는 것.

이대로 라면 남은 기간에도 2%대 '물가 약속'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저물가 지속 배경' 보고서에서 "올해 상승률도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이정훈 선임연구원도 "물가안정 목표 및 기대보다 낮은 물가 수준이 지속될 경우 디플레이션 상황과 유사한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고물가와 달리 저물가는 당장 피부로 고통이 체감되지 않는다. 그러나 저물가가 장기화되면 경제 활력은 떨어지고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는 오르게 돼 빚 부담은 늘어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소비가 준다면 '내수 위축→생산·투자 감소→소득 감소→내수위축'이라는 악순환고리를 만들 수 있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고혈압보다 저혈압이 더 무섭다"면서 물가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어 그는 "애초에 물가안정 목표를 밴드로 설정한 것은 물가상승률이 하단에 이르지 못했을 때 (정책적으로) 뭔가 해야한다는 의미를 가진 것"이라며 "한은은 현재의 낮은 물가상승률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중앙은행의 예측능력 제고해야

정부의 경기 부양의지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출구전략과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질 경우 신흥국 금융 불안으로 이어지고, 글로벌 수요 회복이 지연돼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해 연평균 1095원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여 물가하락 압력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계부채·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까지 겹칠 경우 민간소비와 투자 증가율 위축에 따른 잠재성장률 저하로 장기 경기침체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지면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기 쉽지 않음을 고려해 중앙은행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한은도 예측능력 제고를 위해 적잖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오는 19일 개최하는 경제전망 컨퍼런스 등과 같은 다양한 창구와 시스템을 통해 예측능력을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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