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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치금융 비판’ 총파업 단행, 참가규모 기대에 못 미쳐

이승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03 14:54

수정 2014.09.03 14:54

금융권이 3일 총파업을 단행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한 불신, 수익성 악화로 인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등 정부와 사측에 대한 깊어지는 불신이 14년만의 집단 행동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다만 비가 오는 궂은 날씨와 장기화되고 있는 노사 갈등 대한 피로감 등이 겹쳐 파업 참가자수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서울 목동 종합운동장에서 전국 37개 지부 1만 500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정부와 사측에 각 지부의 현안 해결을 요구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9·3 총파업 선언문을 통해 "더이상 관치금융으로 금융산업이 망가지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며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금융노동자들의 고통을 방관할 수 없기에 오늘 하루 금융권 총파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그동안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은행에까지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로 채워서 금융기관을 입맛대로 주물러 왔다"며 "낙하산 금융기관장들은 시스템의 안정성과 조직의 장기적 발전보다는 정부의 보여주기식 각종 정책에 동원돼 잠재적 부실을 키웠다"고 강조했다.


정부측에 대한 요구사항은 △KB 경영진과 최수현 금감원장의 사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조기통합 시도 즉각 중단 △신용정보집중기구, 금융보안전담기구·서민금융총괄기구 신설 원점 재검토 △농협 신경분리 지원약속 이행 및 우리은행·수협·농협 MOU 폐기 △공공기관 획일적 복지축소 즉각 중단 등이다.

또한 사측에는 △비정규·무기계약직 차별철폐 △여성할당제 시행 △모성보호 강화 △정년연장 △통상임금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금융노조는 노조원들에게 문자 등으로 파업 참여를 독려하며 최대 6만명정도가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와 노사 갈등에 대한 노조원들의 피로감 등으로 참여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날씨가 안 좋아서 파업 현장에 나가지 않은 것도 맞지만 정부와 사측을 상대로 한 노조의 강경 투쟁 모드에 지친 것도 사실"이라며 "금융권 수익성도 안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가 대립보다는 빨리 화합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파업 현장에는 복지 혜택 축소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KDB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정부 산하 공공금융기관 노조원들이 대거 참석한 반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 노조원들의 참여율은 저조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국 지점에서 한명 많으면 두명 정도가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총파업이 정상적인 업무를 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금융권 총파업은 지난 2000년 7월11일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총파업을 단행한 이후 14년만이다. 지난달 26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86%가 투표에 참여해 투표자의 90%가 총파업에 찬성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4월부터 18차례에 걸쳐 임단협 교섭에 나섰으나 성과가 없자 교섭결렬을 선언했다. 지난달 23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종료되면서 총파업을 결의했다.


금융노조는 현안 해결을 위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과 면담하고, 지난 1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함께 한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에도 참석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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