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커버드본드 수요 없다” 은행 발행 외면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16 17:15

수정 2014.09.16 17:15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커버드본드 발행을 유인하기 위해 예대율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커버드본드 발행에 소극적이어서 금융당국의 노력이 무위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저금리 시대에 커버드본드로 굳이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커버드본드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우량 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담보부채권의 일종으로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은행의 담보자산에 대해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가 부여돼 조달금리가 낮은 장점이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달 잔존만기 10년 초과 커버드본드를 원화 예수금의 1% 한도 이내에서 예금으로 인정키로 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커버드본드로 조달한 자금이 예수금으로 인정되지 않아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이유가 없다며 예수금 인정을 금융당국에 꾸준히 건의해 왔다. 커버드본드 발행이 예수금으로 잡히면 예대율(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 잔액의 비율)이 낮아져 은행 건전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커버드본드 발행을 유도한 셈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당분간 은행들이 커버드본드 발행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들이 커버드본드를 발행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커버드본드 발행의 핵심은 '발행 금리'다.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는 이유는 중장기 자금을 낮은 금리로 쉽게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량한 담보를 바탕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은행채 금리보다 많이 낮아야 은행들로서도 커버드본드 발행의 의미를 갖는다. 또 커버드본드는 이중상환 변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고채나 산은채보다 우량해 이들보다 낮은 발행금리로 발행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산은채 3년물 발행금리가 2.5%, 국고채 3년물, 5년물이 각각 2.4%, 2.67%다. 결국 이것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했을 때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없는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리 우량 채권이라도 발행금리가 턱없이 낮으면 투자자들이 모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은행들이 단기 금리를 조달할 수 있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역시 2.3% 수준으로 저금리에 자금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연홍 대우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상태에서 은행들이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저금리 단기 자금을 조달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