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5만원권 지폐 23일부터 쓴다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6.21 10:16

수정 2009.06.22 10:16



5만원권이 오는 23일 첫선을 보인다. 지난 1973년 1만원권 발행 이후 처음으로 발행되는 고액권이어서 국민들의 경제생활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만원권 발행은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고 과소비가 조장되는 부분은 있지만 10만원 수표 발행 비용을 줄이는 한편 생활의 편의성도 높이는 등 긍정적 측면도 많다. 은행들은 5만원권을 인식할 수 있도록 현금자동입출금기를 교체하고 유통업계는 5만원 특수를 잡기 위해 발빠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생활 편리해진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들은 현금자동입출금기를 이용해 한번에 11만∼12만원가량의 현금을 인출한다. 1만원권이 가장 큰 금액의 화폐였을 당시 11장을 인출했다.


5만원권이 나오면 3장으로 줄어든다. 지갑에 그만큼 많은 돈을 보관할 수 있어 은행 출입을 줄일 수 있다. 1만원권 사용도 줄게 된다.

10만원권 수표 사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뒷면에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를 이서해야 하는 번거러움 때문에 5만원권 두 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 것이다.

한은은 10만원권 수표 제조 및 취급비용 2800억원, 1만원권 수요감소로 인한 화폐제조 및 관리비용 400억원 등 연간 약 3200억원의 비용이 줄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치킨집 등을 운영하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불편을 예상하고 있다. 배달 때 5만원권을 받았을 경우에 대비한 거스럼돈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5만원권 첫 출시에 따라 은행들은 유통을 위해 대부분 준비를 마친 상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5만원권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고객이 많다”며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주요 도시에 5만원권을 인식할 수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 250대를 설치했다.

우리은행은 23일부터 300개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5만원을 출금할 수 있고 8월까지 800개 지점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수요조사를 통해 오는 23일 한은에 500억원가량 5만원권을 신청할 예정이고 현금자동입출금기를 신규로 60여대 도입하고 580여대는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물가상승 등 부작용

5만원권이 나오면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이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만원대 제품을 용량이나 기능을 첨부해 가격을 5만원대로 맞추는 방식이다.

용량이 늘기 때문에 제조업체나 유통업체 쪽에서 봤을 때는 가격인상이 아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을 내고 같은 기능의 제품을 사야 하기 때문에 물가가 오른 셈이다. 실제 롯데, 신세계 등 백화점들은 5만원권 한 장으로 살 수 있는 상품전을 기획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일 계획이다.

고액권 등장으로 뇌물수수가 쉬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 1억원을 전달하려면 007가방 1개가 필요했지만 5만원권을 사용하면 양주 상자 1개로 가능하다.

위조지폐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위조방지기능이 강화되고 있지만 초기에 위폐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지폐 위조방지장치 확인카드’ 4만개를 제작해 은행, 저축은행, 우체국 등에 배포했다.

5만원권 발행으로 화폐가치의 액면 단위를 조정하는 ‘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각국 통화 대비 우리나라 1원의 가치가 터무니없이 낮아 국가 이미지도 훼손되고 한국의 경제규모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100원을 1환으로 바꾸는 것과 같은 화폐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세계적으로 한 국가의 통화가 1달러 대비 천 단위가 넘는 국가는 몇 안된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에서 가치를 고시하는 42개 통화 중 한국 원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 베트남 동 등 3개 화폐만 1달러 대비 천 단위가 넘는 화폐”라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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