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은행,IT업체와 금융 대전

안대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26 17:47

수정 2009.07.26 17:47



우리·신한·외환 은행 등이 하반기 신성장 전략으로 ‘정보기술(IT) 금융’을 선정하고 이 부문에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이를 위해 기존 점포 위주의 영업전략을 인터넷, 모바일 위주로 변경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시중은행들의 내점 고객수가 줄어드는 대신 인터넷 뱅킹 및 휴대폰 소액결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은행권이 향후 IT업권과 대전이 불가피해진 데 따른 것이다. 더구나 최근 SK가 하나카드 출자를 검토하면서 바짝 긴장한 은행들은 IT업체와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맞춤형 은행인 ‘커뮤니티뱅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IT, 온라인기반의 커뮤니티뱅크는 기존 자금 이체 위주의 기업자금관리시스템(CMS)과는 다른 별도의 법인용 맞춤 은행이다.


예컨대 삼성전자 임직원이나 대한의사협회의 의사들을 위한 별도의 커뮤니티뱅크가 외환은행 인터넷뱅킹과 별도로 조직된다. 기업이나 기관 소속 직원들은 이 별도의 맞춤형 은행 사이트로 들어가 자주 이용하는 금융서비스를 등록할 수 있고 직업 특성에 맞는 은행, 증권, 보험 등에 관한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도 최근 전자금융 태스크포스(TF) 활동을 통해 대형 유통사 및 포털사와 제휴를 통한 새로운 개념의 개인용 사이버 지점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은행도 현재 사이버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소액결제 중심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최근 은행이 SK텔레콤, KT,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와 모빌리언스, 다날 등 휴대폰결제 사업사업자로부터 빼앗긴 소액결제 시장을 다시 쟁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휴대폰 결제는 온라인 쇼핑몰의 소액상품 등을 간편한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 이동통신료와 같이 지불하는 서비스로 지난 2000년 한국이 세계최초로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특히 일본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NTT도코모가 미즈호은행과 제휴를 맺고 휴대폰으로 개인 간 송금을 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올 여름부터 시작하기로 한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NTT도코모의 금융업 진출 모델을 참고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이 이 분야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최근 내점 고객이 급감하고 ‘IT금융’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기 때문이다. 모 은행 전략담당자는 “이통사와 휴대폰결제회사 등과 은행 간 금융영역에 대한 다툼이 1·2금융권 간 다툼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라며 “서로 윈윈할 것 같지만 ‘고객 정보를 누가 많이 갖느냐’를 두고 헤게모니 싸움이 치열하다”고 속사정을 밝혔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서비스 전달 채널별 업무처리비 중에서 은행 창구 고객의 비중은 최근 8년 이후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다. 은행 창구를 통한 고객의 업무처리가 지난 2001년 42.2%에서 2006년 22.1%, 지난해 17.3%를 기록했다. 은행 고객 100명 중 17명만 은행 점포의 창구를 통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거래 고객 비중은 57.8%에서 82.7%로 급증했다. 한 시중은행 마케팅팀장은 “요즘 매장 고객 수가 점차 줄어 영업점에서 교차판매 등 마케팅할 기회조차 없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다날, 모빌리언스 등 휴대폰결제사업자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휴대폰결제 시장 규모는 1조8000억원에 달해 불과 3년 전인 2006년(9600억원) 대비 2배 가량으로 급증했다.

실제 은행권 IT사업부 관계자는 “고객들의 휴대폰 소액결제가 급증하면서 은행들은 소액결제를 상당부분 빼앗긴 상태”라고 우려했다.
대신 지난해 국감자료에 따르면 SKT를 통해 이뤄진 소액결제 규모는 7523억원, KT(옛 KTF)는 3505억원, LGT는 1732억원 등을 나타내는 등 이통사의 소액결제 수수료 수익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휴대폰결제가 가능한 이통사의 결제계좌가 급여계좌를 따돌리며 은행권에 핵심 ‘저원가성 조달’ 도구로 각광받으며 관련 마케팅이 늘고 있다.
현재 신한, 우리, 경남 은행의 카드사들은 이동통신요금 자동이체 시 3%를 할인해 주고 있고 하나은행도 이동통신요금 자동이체 시 2% 할인해 주는 카드를 선보였다.

/powerzanic@fnnews.com 안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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