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기부보험금’ 확산..벌써 1200억

김주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8.23 17:43

수정 2010.08.23 17:41

보험금을 기부하는 새로운 나눔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 ING생명이 기부보험을 도입한 후 첫해 수천만원에 불과하던 기부보험은 올 6월 기준으로 기부재원이 1213억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기부보험은 보험가입자가 자신을 계약자 및 피보험자로 하고 특정단체를 수익자로 지정한 뒤 사망하면 사망보험금을 해당 단체에 주는 상품이다. 현재 남녀노소, 직업에 무관하게 가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지난해 메트라이프 생명이 벌인 기부보험 캠페인에는 방송인 탁재훈씨와 아이돌그룹 '빅뱅'의 대성, 농구 선수 김주성, 프로야구 선수 박용택, 허일후, 문화방송(MBC) 차미현 아나운서 등이 가입한 바 있다.

실제 보험금 지급 사례도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005년 3월 ING생명 종신보험에 가입하면서 사후 보험금 수익자를 백혈병소아암협회로 지정한 뒤 사망한 오모씨의 경우 보험금 1000만원이 김미정(당시 5세, 급성혼합성백혈병), 김은지양(당시 14세, 중증 재생불량성빈혈)에게 각각 500만원씩 전달됐다.

이처럼 기부보험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낸 보험료보다 큰 후원금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장점 때문. 예를 들어 30세 남성이 매월 2만5900원씩 10년간 기부하면 약 310만원의 후원금을 만들 수 있지만 ING생명 사랑의 보험을 통하면 1000만원을 기부할 수 있다.

보험업계도 기부보험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기부보험을 취급하는 생보사는 ING생명 외에 삼성, 대한, 교보, 미래에셋, 동양, 푸르덴셜, 메트라이프 등이다. 이들 보험사는 기부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외에 보험료 일부를 기부금으로 적립하는 방법으로 기부보험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약 형식의 상품을 다양화하거나 고객방문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기부보험 협약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기부보험이 활성화되면서 현재 일부에 집중된 기부 대상을 넓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소액서민보험과 연계해 저소득층 등 보험 사각지대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기부보험은 동창회나 후원회를 통해 출신학교나 병원 등 특정집단을 기부 대상으로 하는 경향이 많다"며 "적립된 기부금이 저소득층의 보험 가입에 사용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기부보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소액서민보험은 우체국과 미소금융재단을 통해 운영되는데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미소금융재단은 소액보험재원으로 50억원을 지원해 1만명을 가입시킬 계획이다. 우체국 보험은 23억원의 재원으로 10만여명 가입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확보된 재원으로는 소액서민보험 대상인 190만가구의 10분의 1도 가입시키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위해선 연말정산 등 세제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기부보험은 일반보장성 보험으로 분류돼 일정금액 이상일 경우 세금이 부과되는 등 기존 보험상품과 세제가 별 차이가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세제혜택 등을 통해 거액의 기부보험금이 적립되면 공익지원은 물론 빈곤층 지원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toadk@fnnews.com김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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