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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희 행장 기업과의 약속 지켰다

조준희 행장 기업과의 약속 지켰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사진)이 약속대로 내년에 한자릿수의 중소기업대출 금리를 위해 또다시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기업은행은 창립 51주년을 맞는 오는 8월 1일 현행 최고 12%의 중소기업대출 금리를 1.5%포인트 내린 10.5%로 인하키로 했다. 또 연체대출 금리도 최고 13%에서 1%포인트 내린 12%로 낮출 예정이다.

조 행장은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임 당시 약속대로 중소기업대출 금리를 한자릿수로 낮추기 위해 창립 기념일에 맞춰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금리 인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 초 연체대출 최고 금리를 18%에서 13%로 인하했고 중기 정상대출 금리는 17%에서 12%로 내린 바 있다.

현재 국민, 신한, 우리 등 다른 은행들의 연체대출이자 최고 금리는 대부분 17%가량이다. 기업은행과 비교하면 5%포인트 이상 비싼 편이다. 기업은행은 내년에 중소기업대출 금리를 10%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조 행장의 약속대로 최고 금리가 한자릿수인 9%대로 낮아지면 다른 은행과의 격차가 8%포인트 이상 벌어지게 된다.

이처럼 기업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선 이유는 경기 악화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경영여건 악화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특히 자금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에 은행 대출에 대한 이자부담은 영업성과를 갉아먹는 주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국내 중소기업들의 대출잔액은 5월 기준으로 445조1000억원에 이른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은 기업경영분석지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5.44%로 대기업의 5.38%를 웃돌았다. 그러나 이자비용 같은 영업외 비용이 많이 발생해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률은 2.7%로 대기업(5.0%)의 절반가량에 불과했다.

조준희 행장 기업과의 약속 지켰다

조 행장은 "서서히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데 내년 하반기에 경기 악화의 터널을 빠져나오면 다행"이라며 "하반기 이후까지 회복의 시기가 오지 않으면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금리 인하 정책으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출금리 인하에 따른 이익 감소는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또 현재 무료로 실시하고 있는 경영컨설팅으로 1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수수료 인하 등으로 1000억원의 이익이 줄어 올해에만 4000억원의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개인 수신고객 확보에 '올인'하는 중"이라며 "다행히 효과가 있어 올 1~5월 개인 수신 증가액은 2조3000억원으로 5개월 사이 5.8%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또 금리 인하와 무료컨설팅 등에 비용이 들어가지만 중장기적으로 고객 확보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이미 상반기에 올해 목표치(100조원)를 돌파해 전체 시장의 2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조 행장은 "수입이 줄어 주가가 크게 떨어지기도 했지만 중소기업이 망하면 기업은행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면서 "국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반대가 많더라도 은행의 이익을 많이 내기보다는 중소기업에 실익이 돌아가도록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