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신용카드

‘체크+신용’ 하이브리드 카드로 진화.. 年 20% 고속성장

황상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9.29 17:19

수정 2014.11.03 10:22

‘체크+신용’ 하이브리드 카드로 진화.. 年 20% 고속성장

약 2500만명의 국내 경제활동인구를 감안하면 체크카드는 이미 1인당 평균 3장 이상을 발급받았을 정도로 주요 지급결제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에서 화폐가 생긴 이래 이렇게 빠른 속도로 결제 트렌드가 바뀐 사례는 없다. 그만큼 체크카드가 소비자들에게 있어 그 편리함과 안정성 등으로 인해 인정을 받았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신용공여 기능이 없는 체크카드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더이상의 급격한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체크카드에서 하이브리드 카드

체크카드는 지난 2000년 옛 LG카드(현 신한카드)에서 직불카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려는 취지에서 처음 도입됐다. 지불방식은 직불카드와 동일하게 즉시결제 방식이지만 체크카드의 경우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사용하고 직불카드는 직불카드 가맹점에서 사용이 가능해 사용처가 제한됐다.
직불카드는 1995년 7월 은행권에서 발급이 시작됐는데 은행공동망 가동시간에만 사용할 수 있고 가맹점수가 적어 결제수단으로 널리 이용되지는 않았다.

신한카드를 시작으로 기업은행 체크카드 등이 기업계와 은행계에서 발급을 시작하며 자리를 잡기 시작한 체크카드는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 2010년까지 5년간 연평균 37% 고성장했고 2011년 이후에도 매년 20% 이상 규모가 확대됐다.

특히 최근에는 체크카드에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약 30만원에서 50만원 정도의 신용한도를 부여한 신용카드 기능까지 더해진 '하이브리드 카드'가 출시되는 등 한층 더 진화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는 연회비가 없는데다 정책적인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올 8월 발급장수가 1억장을 돌파하는 등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합리적인 소비자의 니즈와 정부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체크카드의 성장이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은행계·기업계 카드사 명암

카드사에 있어 체크카드는 큰 수익원이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신용카드는 연회비 수익에다 할부이자,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신용카드와 연계된 다양한 신용상품을 통해 짭짤한 이익을 낼 수 있다.

때문에 카드사는 소비자에게 무이자할부, 포인트나 각종 할인 행사 등 다양한 부가혜택을 제공해왔다. 반면 체크카드는 연회비도 없고 신용공여 기능도 한정적이어서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가맹점으로부터 결제수수료 등을 받곤 있지만 이 역시 점점 낮아지는 추세여서 앞으로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체크카드는 시장에서 카드사의 입장에 따라 양분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금융지주사 혹은 은행 소속인 KB국민카드, 신한카드, NH농협카드, 우리카드, 하나SK카드 등은 체크카드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기업계인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은 체크카드 보급에 소극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체크카드 발급수는 신한카드가 2785만장으로 1위, KB국민카드 1891만장, 농협 1713만장, 우리카드 999만장, 하나SK카드 610만장으로 전체 체크카드 1억372만장 중 약 80%에 달한다. 반면 기업계인 삼성카드는 전년 말 328만장에서 올 6월 말 283만장으로 45만장, 현대카드는 104만장에서 90만장으로 14만장 줄었다.

한 기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계좌 연동 문제도 있고 수익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시스템 연동 등을 강화해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체크카드 활성화 남은 과제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정부 당국은 체크카드를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 전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더욱 낮추고 상대적으로 체크카드의 공제율을 높게 해 체크카드 사용을 유도하는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올 초 주요 시중은행과 함께 전업카드사에 대해 체크카드 발급을 목적으로 한 은행 계좌이용을 전면 허용하고 이용수수료율도 현행 0.5% 수준에서 0.2% 이하 수준으로 인하토록 협의했다. 또 그동안 체크카드의 한계로 지적돼 온 1일 이용한도를 종전 200만~300만원에서 신용카드 수준 또는 1회 계좌이체 한도인 600만원 수준으로 확대토록 하고 24시간 결제가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토록 하는 등의 내용의 '체크카드 활성화 방안'을 지난 4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 주요 선진국들이 체크카드에서 신용카드로 발전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신용카드에서 체크카드로 발전된 형태여서 이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특히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달하는 등 가계의 소비여력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신용한도가 없는 체크카드는 일종의 보완재에 그칠 뿐 신용카드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소비자들이 신용카드의 부가서비스 등 혜택에 익숙하고 사용하기에 편리한 구조가 잘돼 있다는 게 오히려 체크카드로의 전환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면서 "현재 가계 상황에서 체크카드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득공제 혜택을 볼 수 있는 정도 수준까지는 개인의 사용이 늘겠지만 경제가 호전되지 않는 한 신용카드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yes@fnnews.com 황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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