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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 세계를 품다] (6·끝) 기업은행 런던지점, 아프리아·중동까지 발 넓힌다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19 17:02

수정 2014.10.23 23:33

기업은행 런던지점이 입점해 있는 '씨티오브런던'의 '타워42' 전경.
기업은행 런던지점이 입점해 있는 '씨티오브런던'의 '타워42' 전경.

【 런던(영국)=성초롱 기자】 영국 런던의 금융특구 '시티오브런던' 내 랜드마크로 꼽히는 '타워42'에 위치한 기업은행 런던지점. 평일 오후에 찾은 사무실은 한산했다. 현지에서의 신규고객 발굴을 위해 다수의 직원들이 고객미팅 등 현장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세계 제2의 금융중심지로 꼽히는 런던에서는 국내 주요 은행들이 지점 또는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현지 영업에서는 한계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개발도상국에서 앞다퉈 내세우고 있는 '현지화 전략'이 선진시장인 영국에서는 어렵다고 판단,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이란 제한된 파이를 두고 나눠 먹는 식의 영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기업은행이 선진 금융시장에서 현지기업을 통한 수익창출에 성공하면서 국내 은행들의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성재 기업은행 런던지점장은 "현지에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경쟁이 지속되고 한국계 은행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대출이자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면서 "현지은행 수준의 적정마진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순수 현지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 런던지점은 금융선진국인 영국에서 현지기업을 통한 수익창출에 성공, 국내 은행들의 해외진출에 귀감이 되고 있다. 런던지점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기업은행 런던지점은 금융선진국인 영국에서 현지기업을 통한 수익창출에 성공, 국내 은행들의 해외진출에 귀감이 되고 있다. 런던지점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신규 수익원 발굴에 역량 집중

기업은행 런던지점이 한정된 한국기업에서 벗어나 신규 고객유치의 필요성을 인지한 것은 지난 2010년부터다. 그러나 제한된 점포수로 인한 고객과의 접점 부족과 한국계 은행에 대한 현지에서의 인지도 부족, 시스템 등에서의 낮은 경쟁력 등으로 현지은행들과 경쟁은 역부족이었다.

이에 기업은행 런던지점은 우선 한국과 무역거래가 있는 영국기업을 찾아 수출입금융 지원 등을 시작으로 영업에 물꼬를 텄다.

기업은행 런던지점이 현지 기업공략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내세운 마케팅 전략은 '찾아가는 영업'. 은행 안팎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영국 현지기업 발굴을 위해 해당기업의 수출입 거래유형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은행이 먼저 제안하는 방식의 영업을 펼쳤다.

그 결과 지난 2012년 쌍용자동차를 영국에 독점으로 수입하는 현지기업 '쌍용 UK'에 대출지원을 하게 됐으며, 올해 초에는 또 다른 영국 현지 기업인 '도어코'에 수출입금융을 지원키로 했다. 현지에서 100% 직원들이 직접 발로 뛰어 일궈낸 성과였다. 실제 직원들은 도어코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2~3시간 거리에 있는 맨체스터를 수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현지 기업들도 런던지점의 적극적인 영업전략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폴 윌리엄스 쌍용UK 대표는 "시장수요 증가로 당사의 수입량이 늘고 있다는 것을 은행 측에서 파악하고 먼저 대출 확대를 요청해왔다"면서 "적기에 자금지원을 통해 수입을 수월히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량 영국기업에 대한 수출입금융 한도 개설을 통해 한국기업의 수출확대 효과와 더불어 수입대금 조기결제로 한국기업의 현금흐름 개선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기업은행 측은 설명했다.

현지에서의 신규 수익원 창출에 성공하며 기업은행 런던지점은 최근 3년간 평균 50%대의 영업이익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런던에서 지점·법인을 운영 중인 7개 국내 은행 가운데서도 영업이익으로 1위를 차지했다. 기업은행 내에서도 중국 외 점포 가운데 홍콩에 이어 2위 이익 지점으로 꼽힌다.

[한국금융 세계를 품다] (6·끝) 기업은행 런던지점, 아프리아·중동까지 발 넓힌다


■신흥시장 진출 거점 역할 수행

기업은행 런던지점은 영국에서의 이익창출뿐 아니라 유럽 전역의 금융수요를 담당하고 있다. 더불어 기업은행 런던지점은 아프리카, 중동 지역 등 신흥시장 진출 모색이란 글로벌 목표달성을 위한 역할도 수행한다.

우선 이 지점은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에 진출해있는 국내 250여개의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며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오토바이 헬멧을 생산하는 홍진HJC유럽법인 관계자는 "운전자금을 국내에서 직접 하는 것보다 낮은 금리로 기업은행 런던지점에서 조달하게 돼 유럽시장 확대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입장을 전했으며, 삼성전자의 1차 협력업체인 A사의 폴란드 법인 측은 "자본금 송금부터 대출까지 런던지점의 업무협조로 적기에 자금을 조달받아 경영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에 부응해 기업은행 런던지점은 무역거래에 수반된 수출입금융 지원을 올해 말까지 5억달러 수준으로 확대하고, 시설·운전자금 등 직접 대출지원 규모도 2억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등 유럽 진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기업은행 런던지점은 런던 현지에 진출한 아프리카, 터키 등 해외 은행과의 관계 강화에 힘쓰며 아프리카 시장 진출의 발판 마련에도 노력하고 있다.


최 지점장은 "런던지점은 지리적 이점으로 타 유럽지역은 물론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아직 불안요소가 있지만, 지속적인 시장 모니터링과 금융기관 협력 등을 위해 향후 새로운 시장에서의 선점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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