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아파트시장 혹한기 돌입하나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2.18 18:40

수정 2014.11.04 15:00


‘반값아파트’, ‘분양가상한제 확대’, ‘공공택지 공영개발’, ‘원가공개 확대’…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각종 대안이 정치권과 정부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다급한 주택보유자들이 2000만∼3000만원 싼 급매물을 내놓지만 매수세는 더욱 자취를 감추고 있다.

특히 민간아파트로 확대되는 분양가 상한제가 재건축·재개발에도 적용돼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뉴타운 등 재개발 지분의 하락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반값 아파트’ 논의가 무르익으면서 기존 일반 아파트도 매수문의가 뚝 끊기는 등 가격 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책 실현 범위나 세부 내용의 강도에 따라 가격 급락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 재건축 단지 ‘갈수록 태산’

18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 재건축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크게 술렁이고 있다.
그동안 조합원 분양가보다 일반분양가를 높게 책정해 자체 부담금을 줄여왔지만 앞으로는 조합원 부담이 크게 늘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임대·소형평형의무비율, 재건축이익환수제 등으로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 재건축단지는 사업 추진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투자 메리트 약화→매수세 위축→가격 하락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개포 주공을 주로 거래하는 H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 중에 ‘내년 가격이 어떻게 되냐’, ‘언제 팔아야 하나’ 등을 묻는 전화가 종종 온다”면서 “가격도 지난달 보다 2000만∼3000만원 떨어져 4단지 15평형이 11억원 정도 한다”고 전했다.

개포동 시영 인근의 B공인 관계자도 “각종 규제로 사업이 제 자리 걸음이니 재건축 단지에 대한 평가가 많이 달라졌다”면서 “더군다나 분양가 상한제마저 걸리면 사려는 사람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덕 주공단지내 N공인 측은 “주공 3단지 18평형이 7억5000만원에 급매로 나와있다”면서 “하지만 ”투자자들이 거의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 않아 향후 값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 시장도 썰렁하긴 마찬가지. 이미 토지거래허가제 등으로 지분 거래가 거의 중단된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로 수익성마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니 조합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서울 보광동에서 한남뉴타운 재개발 지분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J공인 관계자는 “이미 토지거래허가제에 묶여 재개발 지분 거래는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라면서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로 수익성이 더 악화된다니 지분값 하락은 예정된 수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 강력 반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소식에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기존의 임대·소형평형의무비율, 재건축이익환수제 등 규제에다 또하나의 규제가 생긴 셈이어서 사업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 5단지 조합 관계자는 “기존 용적률이 180∼200%하는 고밀도 단지들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일반 분양이 많은 중저밀도 단지들은 걱정이 태산이다”면서 “일반분양 가격이 낮아지면 조합원 부담이 느는데 이럴 경우 사업은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고 했다.

재개발추진위들은 크게 반발하면서 나름대로 대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사업 진행이 빠른 조합들은 서둘러 분양 일정을 잡자는 태도다. 정부에서 빠르면 내년 6월이나 2008년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상태이므로 그 안에 분양을 해서 좀 더 수익을 남기자는 것.

서울 아현4구역 재개발추진위 홍종만이사는 “아침부터 조합원들로부터 서둘러 사업을 진행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사업승인을 내년 3∼4월까지 마치고 나서 6월전까지 일반분양을 마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값아파트 기대감’ 일반아파트 시장도 썰렁

일반아파트 시장도 최근 부동산 시장을 반영, 꽁꽁 얼어붙었다.

목동 B공인 관계자는 “정부, 여당, 야당 등에서 무더기로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니까 정신이 없다”면서 “어쨌든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고 매매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매매 시장 침체의 반작용으로 전세 값은 다시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다. 집을 사려는 수요가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기존 전세에 눌러 앉는 사례가 많기 때문.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시장에서 1억원 이하, 18평 이하 주택은 무주택으로 인정한다는 말도 있고, 분양가 및 아파트 값 인하를 위한 정책이 쏟아지다 보니 실수요자들이 움직이질 않는다”면서 “임대차 시장 불안이 본격화하면서 시장에 또 다른 파급효과를 불러올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팀장은 “내년 초 전세 공급물량이 더 줄면 시장이 불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 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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