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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마음대로 ‘엿가락 원룸 관리비’

박세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9.18 09:35

수정 2014.11.03 12:05

# 서울 이대역 인근에서 원룸을 구하던 A씨.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주고 방을 계약하기로 했다. 하지만 계약을 하려고 보니 관리비 7만원을 따로 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7만원의 관리비에 수도·전기·가스 사용료는 별도라는 말을 듣고 A 씨는 당황스러웠다. 전에 봤던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5만원짜리 방의 관리비가 3만원이었던 것이 떠올랐다. 게다가 관리비 3만원에 수도세가 포함돼 있었다. A씨는 같은 지역, 비슷한 평형의 원룸 관리비에 왜 이런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 최근 사당동에서 투룸을 알아보던 B씨는 깜짝 놀랐다. 4층 다세대주택 투룸의 관리비가 2만원이라는 것. B씨는 현재 살고 있는 다세대주택 투룸의 관리비로 월 7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규모가 비슷한 건물인데 월 관리비가 5만원이나 차이난다는 것을 알고 B씨는 지금까지 2년여간 바가지를 썼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집주인 맘대로 엿가락처럼 늘렸다 줄였다하는 원룸 관리비에 불만을 토로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일부 집주인들이 관리비를 낮은 월세를 보존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세입자들 입장에서도 관리비의 구체적인 사용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본지 기자가 실제로 신촌, 회기, 안암 등 주요 대학가의 원룸 관리비를 조사해본 결과 관리비가 없는 경우에서부터 11만원인 경우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심지어 같은 면적 비슷한 조건의 방이더라도 관리비는 제각각이었다. 신촌 인근 한 원룸의 경우 3.3㎡당 관리비가 1만8000원 수준으로 인근 아파트보다 6배 이상 비싼 경우도 있었다.

관리비는 일반적으로 집주인이 건물을 유지·보수하는데 드는 비용에 공용으로 사용하는 전기, 수도 등의 비용을 세대별로 나눠 부과한다. 하지만 집주인에 따라 관리비 항목을 두지 않고 월세만 받거나 관리비에 수도세, 전기비, 인터넷비 등 개별 사용 비용을 포함하거나 하지 않는 등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어떻게 측정됐는지,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없는 눈먼 돈이 세입자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 대학생들의 주거네트워크 단체인 '하우징스토리'에 따르면 같은 조건의 원룸이라도 관리비가 최대 8만원까지 차이났다. (참고자료 : 대학가 주변 원룸 관리비(클릭))

집주인 마음대로 ‘엿가락 원룸 관리비’

기자가 원룸을 구하는 상황을 설정해 공인중개소를 방문해본 결과 다수의 공인중개사가 "집주인에게 말만 잘하면 관리비 5만원 정도는 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제원 R 공인중개사 대표는 "원룸 등 소형 주택의 경우 관리비가 건물의 유지 보수 등을 위한 본래의 목적이 아닌 집주인의 과외 수입정도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지어 인터넷에서는 같은 원룸 매물인데 월세와 관리비 규모를 달리해 다른 집인 것처럼 여러차례 광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원룸 등 소형 주택의 '엿가락 관리비'가 가능한 이유는 관련 법이 없기 때문이다.

주택법 45조에서는 공동주택 관리자가 정해진 항목의 관리비를 받고 사용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50세대 미만의 중소 규모 원룸이나 오피스텔 건물의 경우'공동주택'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동주택'은 300세대 이상 주택 혹은 150세대 이상에 승강기가 설치된 주택에 한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취나 하숙 형태로 소규모 다세대 주택의 원룸을 임차해 사는 대학생, 사회 초년생은 제멋대로 관리비의 사각지대에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원룸 등 개인이 운영하는 임대업의 경우 적정한 관리비 액수를 제도적으로 규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다만 150세대 이하에 대해서도 관리비에 어떤 항목을 받을 수 있을지 규정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신아람 이환주 정상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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