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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가는 재개발·재건축 시대

이정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0.24 16:44

수정 2014.11.01 11:21

저물어 가는 재개발·재건축 시대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사업 공사 수주를 외면하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에 조합원들 입김까지 세지면서 사업성이 눈에 띄게 좋지 않은 이상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수주한 재개발.재건축 수주액은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상태다.

■정비사업 수주, 전년比 '반토막'

2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국내 재건축.재개발 수주액은 총 4조12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조9839억원에 비해 48%나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1월과 4~6월 등이 1조원 이상 수주 성적을 거뒀으나 올해는 1차례도 1조원을 넘긴 적이 없다. 올 들어 지난 7월을 제외하고는 줄곧 마이너스 변동률만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5월의 경우 재건축.재개발 수주 금액이 345억원을 기록, 200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5월 재개발 수주가 한건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건설사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입지와 사업성이 양호한 사업지 위주로만 보수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데 따른 결과라는 풀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건설사들이 최근 수년간 시장이 좋지 않다 보니 사업성이 좋다고 평가하는 곳이 아니면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패턴을 보이고 있고 올해 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2010년 10월부터 시공사 선정 시점이 '조합 설립 이후'에서 '사업인가 이후'로 바뀌어 수주발생 텀이 늦춰진 감이 있지만 이후 회복되지 않고 계속 저조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기침체로 사업 위축"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경기 침체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뿐 아니라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가 신규수주보다는 기존에 수주했던 것들을 사업화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주택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시장이 최근 몇 년간 위축돼 있다 보니 신규 수주에 임할 때 좀 더 신중하고 리스크를 꼼꼼하게 검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건설사 담당자도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다 보니 조합원들과 협의도 쉽지 않다"며 "기존에 수주했던 것들도 문제가 돼 고민을 하는 상황이어서 신규수주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중견 건설사의 경우 아예 주택사업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한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현재 분양 중인 것은 모두 수년 전에 수주한 재개발.재건축 물량"이라며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데다 시장 침체로 주택 사업 마진이 크게 남지 않아 앞으로 점점 더 줄여나가는 것이 내부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경기회복이 선행돼야 재개발.재건축시장이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 책임연구원은 "최근 주택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올라가는 등 회생돼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전반적으로는 아직 부족하다"며 "내년이나 내후년쯤 경기가 회복되면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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