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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지대 ‘깔세’.. 세입자 피해 속출

고민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21 17:13

수정 2013.11.21 17:13

무법지대 ‘깔세’.. 세입자 피해 속출

#. 부산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3개월 전 갑작스러운 서울 출장이 잡혀 서울 강남지역 풀옵션 원룸을 7개월 단기 임대계약했다. 보증금이 없는 대신 7개월치 임대료를 선불해달라는 임대인 요구에 따라 월 임대료 110만원에 관리비 10만원을 포함, 총 840만원을 선납했다. 그러나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임대인은 또 다른 장기세입자와 이중계약을 체결, 김씨와 계약을 중도 해지하고 말았다.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성행하던 단기임대 시장이 이른바 선납형 단기임대를 통한 '깔세매장'을 운영하려는 상가세입자들과 주택 실거주자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더구나 임대차보호법상 일시사용을 위한 임대차인 경우 임대차계약에 따른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조항에 따라 단기임대 관련 피해가 발생해도 구제해 줄 수 있는 장치가 미흡하다.

■깔세 점포·원룸… 피해 속출

21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와 영등포구, 관악구 일대 단기임대시장이 수도권 등지로 확산되면서 단기임대차계약에 따른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선납형단기임대방식으로 임대료를 한꺼번에 지불했으나 중도계약해지를 당하거나 예치금 형태로 걸어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

서울 영등포의 1층 깔세 매장을 운영하는 50대 박모씨는 "얼마 전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집주인이 기존 임대금액에 20만원을 더한 150만원을 총 6개월 선납조건으로 재계약하자고 했다"며 "장사도 잘 되고 괜찮은 조건인 것 같아 건물주에게 900만원을 일시지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씨는 한 달이 지나기도 전 이 깔세 매장이 '깡통 건물'로, 곧 경매처분 된다는 소식을 듣고 건물주에게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임대차보호법상 단기임대 '깔세'를 보호할 만한 조항이 없어 아직 선납한 임대료를 돌려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불황을 타고 '깔세'를 선호하는 임차인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단기임대전문업체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 단기임대전문 포털사이트를 통해 단기임대 원룸을 계약했다가 이중계약, 일방적 중도 계약 해지 등 낭패를 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깔세 원룸' 계약을 한 20대 대학생 배모씨는 "인터넷을 통해 매물을 보고 집주인이 아닌 특정 대리인과 계약서를 작성한 뒤 선납형단기임대료 400여만원을 지불했다"면서 "알고보니 실제 다른 임차인이 장기 거주하고 있는 이중계약 매물이었다"고 전했다.

강남구 역삼동 인근 G공인 관계자는 "단기원룸을 계약할 때도 일반 임대계약과 동일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통상 3~6개월 정도 단기 거주를 희망하다보니 모든 절차를 생략하고 임대료를 선납했다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고 인터넷에 매물로 올라오는 물건도 허위인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장 커지는데…구제장치 절실

단기임대시장이 커질수록 관련 피해는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구제해줄 만한 법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안민석 연구원은 "일부 단기임대사업을 하는 건물주는 임대차 계약 시 일시 사용을 위한 단기임대의 경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근거를 들어 무단 계약을 해지하거나 돌려줘야 할 계약금, 또는 보증금 등을 반납하지 않아 임차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있다"며 "임대인 역시 단기 임대 계약을 했어도 정식 계약절차를 생략하거나 보증금을 걸지 않아 월세 체납에 따른 부담을 떠안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자연수 이현성 변호사는 "일시사용에 따른 단기계약 기준이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면서 임차인은 물론, 임대인도 관련 피해가 늘어나는 만큼 단기임대차 계약에 따른 법적 보호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깔세는 임차인이 거주 기간만큼의 셋돈을 한꺼번에 미리 지급하는 월세를 지칭하는 말로, 오피스텔(원룸)이나 상가 임대시장에서 임대료를 선납하는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통상 1년 미만의 단기임대계약 시 기존 임대시세보다 15~30% 높은 임대료를 책정하고 보증금이 없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이 부족한 임차인들이 주로 선호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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