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구멍뚫린 하이테크 코리아] (2) 주민번호 수집·이용 금지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5.23 17:53

수정 2014.11.06 18:07

직장인 김모씨(32)는 최근 포털사이트에서 자신이 운영하던 블로그를 없애고 싶었지만 복잡한 탈퇴절차에 결국 포기했다. 자신이 올린 글을 삭제하려면 주민등록증을 복사해 포털 측에 팩스로 사본을 보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포털업체 직원에게 자신의 주민등록증 사본을 보낸다는 게 여간 찜찜한 일이 아니었던 김씨는 과거 자신의 흔적이 담긴 블로그를 그냥 두기로 했다.

오는 9월부터는 이 같은 주민등록번호 요구 등 '참을 수 없는 개인정보의 가벼움(?)'도 법으로 엄격히 제한될 전망이다.

23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9월 정보통신망법, 의료법, 교육법, 신용정보법 등 38개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을 통합한 개인정보보호법이 발효된다. 개인정보침해 등 법의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정부의 발표에 따라 벌써부터 이 법 시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법이 발효되면 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한 개인정보보호 의무가 크게 강화된다. 미비점이 발견될 경우 대규모 집단 소송도 일어날 전망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지난 2004년부터 제정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관리감독기구의 독립성 문제 등으로 추진이 미뤄졌고 18대 국회 들어 3년간 여섯 차례 심사한 끝에 통과됐다.

우선 법의 사각지대를 없앴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그간 기업 개인정보 유출의 경우, 허술한 법망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었지만 앞으론 법망을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업, 공공기관 등은 개인정보 수집, 이용, 저장, 배포 시 각각의 단계에 따라 사용자 본인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거 한 차례의 동의만으로 자유롭게 사용했던 것보다 절차가 까다로워지는 셈이다.

주민등록번호 등 고유식별번호는 원칙적으로 수집 및 이용이 금지된다. 홈페이지 운영자 등 개인정보 처리자는 회원 가입 등에 주민등록번호 외의 방법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법과 현실의 간극을 없애는 세심한 시행령 마련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기존에는 적용받지 않던 의료기관, 협회, 동창회도 법의 범주에 들어서 시행 초기 일선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 가령 병·의원의 경우 이 법이 전면 시행되면 환자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은 기록도 할 수 없고 의사가 회진을 돌며 기록하는 차트도 환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환자가 원하면 즉시 파기해야 한다.
미처 전산화 작업을 못한 중소형 병·의원의 경우 기존에 수기로 작성했던 차트를 수정하는 작업에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들며 시행 초기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hcho@fnnews.com조은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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