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격동의 세계경제 현장을 가다] 美 북적이는 쇼핑몰, 한산한 골목상가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1.01 17:14

수정 2012.01.01 17:14

【로스앤젤레스(미국)=이병철기자】"달마다 자동차 판매 실적을 확인하고 있는데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 바닥을 찍고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다."(미국 롱고 도요타 딜러사 관계자)

 "경기침체의 끝을 모르겠다. 특히 올해부터 매출이 급감해 렌트비 내기도 버겁다. 경기가 바닥을 뚫고 내려가고 있다."(로스앤젤레스 패션중심지 자바시장 관계자)

 지난해 말 미국 서부 지역의 경제 중심지인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대기업 관계자, 영세 사업자들은 대부분 경기가 좋지 않다는 데에 입을 모았다.
하지만 미묘한 온도 차이를 보였다. 자동차 등을 판매하는 대기업 관계자는 미국 경기가 상승 추세로 바뀌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는 반면 자영업자들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비관적인 모습을 보였다.

 양기모 코트라 로스앤젤레스 수출인큐베이터 소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대기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후 올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들은 위기가 조금 늦게 반영돼 올해부터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부유층이 주로 이용하는 쇼핑몰과 서민들이 가는 곳의 분위기는 크게 차이가 났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유명 쇼핑몰인 그로브는 쇼핑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틈이 없었다. 부자 동네인 비벌리힐스 근처에 위치한 이곳은 관광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특히 여느 동네와 달리 히스패닉계 흑인들은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백인들과 일부 아시아인들은 쇼핑에 여념이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쇼핑백 한두 개를 들고 이곳저곳의 상점을 이동하면서 분주히 움직였으며 쇼핑몰 내 식당에는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곳 식당에서 만난 제임스 리는 "여기는 저렴한 식당이 아닌데도 사람들이 항상 많다"며 "이곳 쇼핑몰은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보다 매출이 더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애플, 자라, A&F, 노드스톰 백화점 등 수십개의 유명 브랜드들은 경기 한파와는 무관한 듯 영업하고 있었다. A&F에서 만난 직원은 "연말 세일 규모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매출은 올해 20%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경기지표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3·4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2.0%로 상승했으며 민간 소비 지출은 2·4분기 0.7%에서 3·4분기 2.3%로 1.6%포인트 상승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 심리지수가 6개월 만에 최고치인 67.7을 기록하면서 전문가들의 예측치를 웃돌았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관광업을 하는 에릭 조는 "산타모니카의 유명 음식점, 유명 쇼핑몰 등은 경기 침체를 완전히 극복했지만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인타운, 자바시장 등에서 만난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울상이다. 특히 지난해 말 한인타운은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어 적막감까지 감돌았다.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 위치한 자바 시장은 그나마 히스패닉계 사람들이 많았지만 물건을 사는 사람은 없었다. 자바시장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20~30%가 슬럼가로 변했다"며 "장사가 안 돼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자바 소매 시장에서 브랜드 없는 가방을 팔고 있는 엘리스 정은 "올해 들어 매출이 반토막 났다.
인건비도 안 나오는 실정"이라며 "차라리 집에서 애기 보는 것이 너 낫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곽수종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거시 경제지표로는 바닥을 찍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업률도 낮아지고 소비 심리도 개선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 유럽재정위기가 변수"라며 "내년 1·4분기가 지나봐야 정확한 추세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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