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보고펀드, 인수금융 못갚아 디폴트 위기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5 18:31

수정 2014.10.24 21:57

보고펀드, 인수금융 못갚아 디폴트 위기

국내 토종 사모투자회사(PEF) 보고펀드가 주도한 LG실트론 인수금융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보고펀드가 LG실트론 인수금융 2250억원을 갚지 못하자 채권단이 자금 회수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 하나은행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보고펀드가 LG실트론을 인수할 때 빌려준 인수금융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보고펀드에 대출 회수를 오는 28일 통보하고 빠르면 당일 채권단회의도 열어 지분 매각 등 향후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이에 앞서 이날 LG실트론 인수금융에 대해 기한이익 상실을 통보했다. 기한이익 상실은 채권 만기 연장을 거부한 것으로, LG실트론 인수금융의 디폴트에 따라 보고펀드가 세운 LG실트론 인수 특수목적법인(SPC)은 부도가 나게 됐다.

채권단은 보고펀드가 인수금융을 상환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담보로 잡았던 LG실트론 지분을 공동으로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펀드는 지난 2007년 KTB 사모투자(PE)와 공동으로 LG실트론 지분 49%를 인수하면서 우리은행 등을 통해 인수금융을 받았다.

이와 관련, 이날 LG그룹과 보고펀드는 LG실트론 인수를 놓고 소송전을 본격화했다. ▶관련기사 3면

소송은 보고펀드가 먼저 제기했다. 보고펀드는 이날 LG실트론 상장 중단으로 손해를 보게 됐다며 LG와 구본무 LG회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보고펀드 측은 "지난 2010년 LG와 주주 간 계약을 통해 LG실트론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 상장을 추진했다"며 "이듬해 하반기 구 회장의 지시로 상장추진이 중단되면서 투자금의 회수기회를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그 이후 LG실트론의 무리한 계열사 지원으로 실적이 악화하고 시장 상황이 변해 상장 자체가 불가능하게 돼 투자금 회수 기회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LG그룹도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보고펀드 대표 등이 LG실트론 주식을 고가로 매입할 것을 강요하고 차입금에 대한 이자 지급 및 연장 실패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LG그룹 측은 "보고펀드가 시장경제 논리는 물론 사모펀드로서의 투자 원칙에도 어긋나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며 즉각 반박했다. 보고펀드가 LG실트론 인수 뒤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과도하게 집중 투자했고 그에 따른 어려움을 겪자 손실은 LG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쟁점인 LG실트론 기업 공개 무산도 보고펀드의 주장과는 전혀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1년 기업공개 연기는 당시 일본지진, 유럽 재정위기, 미국 신용등급 하락 등 금융시장이 연중 내내 극도로 불안한 상황이었기에 LG실트론이 주주들에게 상장 연기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보고펀드 역시 상장 연기에 대해 어떠한 반대나 추가적인 의사 표명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LG그룹 측 설명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김영권 김호연 성초롱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