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장르포] ‘年 23만대 생산’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공장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8 17:25

수정 2014.10.24 20:58

지난 2011년 1월 가동에 들어간 현대자동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공장은 외국인투자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러시아 국가품질대상'을 받는 등 현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로봇 47대가 시간당 45대를 만들어내는 차체라인은 공장견학자들로부터 '무한 찬사'를 받고 있다.
지난 2011년 1월 가동에 들어간 현대자동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공장은 외국인투자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러시아 국가품질대상'을 받는 등 현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로봇 47대가 시간당 45대를 만들어내는 차체라인은 공장견학자들로부터 '무한 찬사'를 받고 있다.

【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윤경현 기자】 "임금은 인근의 도요타나 닛산만큼 못 주더라도 복지 등 다른 부분에서 이를 보완해주고 있습니다. 종업원들이 '한가족으로 대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현대자동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공장 최동열 생산실장(상무)은 '현지화'를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공장은 외곽순환도로와 바로 연결돼 있고 30㎞ 거리에 모비딕항이 있어 물류에도 유리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프레스.로봇라인 현지인들 감탄

지난 17일 기자가 찾은 이 공장은 프레스 기계의 우렁찬 굉음과 함께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공장에는 현지 종업원과 주재원 등 모두 2200명이 시간당 42.5대를 만든다. 최 상무는 "집중력이 높고 손재주가 한국사람 못지않다"며 "현지 종업원의 평균 연령은 28세로, 대다수가 첫 직장이어서 성의를 갖고 잘 따라준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젊은 혈기와 '회사형 인간'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탓에 자잘한 사고들이 더러 있었지만 지금은 안정단계에 접어들었다. 특히 새 직장을 구하기 쉬운 지역적 특성 때문에 이직률이 높았으나 지금은 대폭 낮아졌단다.

프레스 라인을 시작으로 공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프레스 라인은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업체 가운데서도 현대차 만이 갖고 있다. 생산능력이 어느 정도 돼야 프레스 라인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 가운데 생산량이 가장 많은 포드가 12만5000대로 10만대를 겨우 넘고 제너럴모터스(GM)는 9만8000대, 도요타와 닛산은 각각 5만대 수준에 불과하다.

프레스 라인에서는 자동차의 천장·문 등 17개 품목을 찍어낸다. 800t 1대, 1000t 2대, 2300t 1대 등 총 4대의 프레스 기계를 갖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생산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국산화율을 47%까지 높여 30% 안팎에 머물고 있는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다. 덕분에 레닌그라드주정부로부터 외국인투자기업의 성공사례로 꼽히며 오는 2018년까지 관세혜택을 받게 됐다.

차체공장도 현대차의 자랑거리다. 로봇 47대가 시간당 45대를 만들어내는데 그중 한 대를 골라 용접테스트를 벌인다. 연간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장 견학을 오는데 대다수가 로봇라인을 보고는 감탄사를 연발한단다. 최 상무는 "차체가 일정하게 나와야 자동차의 품질이 균일하게 나온다"며 "현대차는 어느 공장이나 용접은 로봇이 한다"고 말했다.

의장(조립) 라인은 지난 2012년 9월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있다. 생산현황판에는 하루 생산목표량(918대) 등이 표시돼 있다. 오전 11시25분 현재 생산량은 146대로 목표보다 1대가 많았다. 그런데 계산을 시작하는 시점이 아침 8시도 아닌 아침 7시50분이다. 여기에는 현지 직원들을 위한 현대차의 작지만 깊은 배려가 담겨 있다는 최 상무의 설명이다.

"우리 공장은 3조3교대로 돌아갑니다. 오전 8시에 일을 시작하면 오후 근무조는 11시에 일을 마치게 되죠. 통근버스로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는데 옷 갈아입고 하다 보면 11시20분에나 출발하게 돼요. 일부 직원들이 지하철 막차를 놓쳐 집에 못 가는 경우가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10분을 일부러 앞당긴 겁니다."

건물 밖 야적장에는 러시아 각지로 보낼 차들이 줄 지어 서 있다. 한국과 유사하게 검은색, 흰색, 은색, 회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야적장은 최대 6000대까지 수용할 수 있는데 약 2500대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하루에 트럭 130대가 와서 7∼8대씩 싣고 간다.

최 상무는 "과거에는 생산하는 대로 출고해 야적장에 차가 거의 없었다"면서 "지금은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한 지역별로 모아서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화전략 적중… 6월 판매 1위

현대차는 유럽에서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인 러시아에 진출하면서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게 '러시아 특화사양'을 적용했다. 우선 영하 35도의 혹한에도 시동이 걸리도록 했고 휠과 시트에 열선을, 앞유리에는 발열 글라스를 채택했다. 또 지상고를 10㎜ 상향 조정하고 눈길 주행이 많은 점을 감안해 워셔액의 용량도 4L에서 4.6L로 늘렸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현대하이스코 등 계열사와 세종·두원·성우하이텍 등 9개 협력사와 함께 진출했다. 최 상무는 "계열사는 물론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들의 해외진출 노하우가 쌓여 품질이 완전히 업그레이드된 차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러시아시장에서 현지업체인 아브토바즈의 '라다'를 제치고 처음으로 브랜드 판매 1위를 달성했다. 시장점유율도 16.9%로, 15.1%의 아브토바즈를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도 18만3500여대로, 19만2800여대의 아브토바즈를 바짝 추격하며 연간 판매량 1위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37만9000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13.6%를 기록했고 올해는 판매량 39만3000대, 시장점유율 14.4%를 목표로 삼고 있다.

시장상황은 녹록지 않다. 경기 침체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러시아의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경쟁사 대비 감소폭을 최소 수준으로 줄여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HSBC에 따르면 2012년 294만대에 달했던 러시아의 자동차 수요는 지난해 278만대에 이어 올해는 273만대로 축소될 전망이다. 최 상무는 "시장이 어렵다고 하지만 생산목표와 판매목표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판매가 꾸준히 이뤄지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토요일 특근'은 일상이 됐다. 희망자에 한해 10시간을 진행하는데 70%가 참여하고 있다. 올해도 36회를 계획하고 있는데 연휴와 더워서 못하는 2개월을 빼면 사실상 매주 특근을 실시하는 셈이다. 경쟁사인 닛산이 3교대에서 2교대로 축소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최 상무는 "전체 부지 약 198만㎡ 가운데 1차 공장은 59만㎡가량에 불과해 확장할 땅은 충분히 갖고 있다"면서 "공장 확장 여부는 러시아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검토해 본사 차원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의 차' 3년 연속 수상

한편 지난 2011년 1월 가동에 들어간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공장은 외국인투자기업 중 처음으로 '2013년 러시아 국가품질대상 수상', 100만명 이상의 소비자가 투표해 선정하는 '러시아 올해의 차(쏠라리스)' 2012∼2014년 연속 수상 등 눈에 띄는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차 '쏠라리스(국내명 엑센트)'와 기아차 '리오(국내명 프라이드)' 두 차종을 만드는데 첫해 13만9000대를 생산한 이후 2012년 22만4000여대, 지난해 22만9000여대에 이어 올해도 23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 개시 2년 7개월 만인 지난해 8월 50만대 생산기록을 세웠는데 이는 러시아 내 자동차 분야 외국투자기업 중 최단기간에 일궈낸 '업적'이다.

blue73@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