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SK 위기론’ 현실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악화”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8 17:14

수정 2014.10.24 20:59

'SK 위기론'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 부재 1년 반 만에 계열사 실적이 모두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유일하게 실적이 좋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악화"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전체 영업이익이 8482억원에 불과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었던 2009년 1·4분기 영업이익(1조6836억원)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업계 내·외부에선 SK의 경영사정이 금융위기 때보다 나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도 실적악화의 늪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4분기에 5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충격에 빠졌다. 업황에 영향을 받긴 했지만 증권사들의 예상치보다 실적이 하회하면서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주 발표될 예정인 SK네트웍스와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도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룹 계열사 중 임직원이 웃는 곳은 SK하이닉스뿐이다. 한때 '애물단지'로 불렸던 하이닉스는 SK가 인수한 후 지난 1·4분기 1조573억원, 2·4분기 1조83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SK그룹 계열사 중 '스타 플레이어'로 급부상했다. 최 회장 지시로 인수한 지 3년 만에 어닝서프라이즈 행진을 한 것이다.

■"신성장동력 없으면 '트리플 악재' 올 수도"

하이닉스로 인해 그룹이 선방했지만 그룹 내부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하이닉스 편중현상'으로 인해 앞으로 반도체 업황에 따라 그룹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현 상태에서 반도체 업황마저 나빠질 경우 그룹의 3대 축인 통신(SK텔레콤), 정유(SK이노베이션), 반도체(SK하이닉스) 등이 모두 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굵직한 신사업을 과감히 결정할 수 있는 오너가 없는 상태에서 장기전략을 세우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같은 위기감 때문인지 SK그룹은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관하에 지난 6월 27~28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주요 임원 30명이 모여 미래전략에 대한 '끝장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마라톤 회의가 이어졌지만 사실상 과감한 장기전략을 위해서는 수장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SK관계자는 "SK텔레콤의 실적이 그나마 안정적으로 보였지만 45일간의 영업정지 영향으로 마케팅 비용 지출이 줄어들면서 착시현상을 보인 것도 있다. 이대로라면 통신과 반도체, 정유부문이 모두 악화되는 트리플 악재가 올 수도 있다"면서 "지금도 위기지만 2~3년 뒤의 미래를 챙기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짜거나 해외 신사업 등을 과감하게 추진하려면 오너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며 "1년6개월 이상 최태원 회장 부재로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할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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