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창업

[벤처창업 열전] 황해령 루트로닉 대표의 경영철학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1.16 18:08

수정 2008.11.16 18:08



루트로닉의 황해령 대표이사(52)는 세계적 명문대인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런 그에게 ‘왜 레이저기기를 만드는 벤처기업을 창업했는가’라고 물어보면 자신의 어쩔 수 없는 ‘쟁이’ 기질 때문이라고 답한다.

만드는 것이 재미있었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과 기쁨을 줄 수 있는 기기를 만들고, 무엇보다 외국의 고가 의료용 레이저기기에만 의존하고 있는 국내 의료 레이저기기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보고 싶었다는 것.

예일대 재학 시절, 학교 기숙사에 태극기를 걸어 놓고 지냈을 정도로 황 대표는 미국에서 생활하면서도 늘 가슴 속에 조국을 품고 세계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한민국을 꿈꿔 왔다.

레이저 시스템즈라는 미국 레이저기기 기업의 아시아지역 마케팅 담당 부사장으로 일하다 귀국한 것도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한국을 위해 발휘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루트로닉의 저력은 국내 관련 업체 중 최대 규모의 독자적인 연구개발(R&D)센터, 우수한 기술력과 해외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수출되는 제품, 검증된 임상효과, 차별화된 마케팅 등 여러 원인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더욱 큰 힘은 황 대표가 따뜻한 눈으로 전 직원들을 신뢰하고, 또 그 직원들은 대표를 믿고 따르는 끈끈한 유대관계에서 나온다.


황 대표는 “사장과 직원이라는 것은 단지 직책과 직급에 의해 역할이 다를 뿐 동일한 인격으로 대해져야 한다”고 항상 직원들을 격려한다. 그는 “새벽녘 환경미화원에게서 많은 것을 느낀다”며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이라 말한다.

현재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자만에 빠지면 순식간에 내리막길로 내려갈 수 있다고 말하는 황 대표는 늘 스스로 경계하고 자신을 채찍질한다.

어린 시절 잠수함 제작이란 큰 꿈을 꾸었던 소년이 지금은 의료용 레이저기기를 만들고 있지만 황 대표는 늘 행복하다.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인 기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보다 개선된 기술에 도달할 수 있을까’라는 창의적인 고민을 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국내 의료기기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국산 의료 레이저기기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도 돌리지 않던 시절에 6명이 모여 설립한 벤처기업이 지금은 140여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1월 ‘무역의 날에는 5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2008 벤처기업대상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해외 다국적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던 의료용 레이저기기 시장에서 전 세계 약 40여개국 수출 등 쾌거를 올리며 국내 의료용 레이저기기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국내 의료용 레이저기기 수출액 중 루트로닉의 비중이 64.70%(2007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독보적인 수출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신뢰’를 중요시하는 황 대표의 경영 철학은 회사의 비전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한 혁신적인 기술개발로 의료용 레이저 업계의 세계적인 선두주자가 되는 것뿐 아니라 향상된 품질과 의료서비스로 고객들과 든든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루트로닉의 레이저로 되찾은 아름다움과 당당함으로 고객들의 삶의 질까지 향상시키는 것이 황 대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이다.


황 대표는 “무조건 많이 만들어 내기보다는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한 번 고객을 영원한 고객으로 만드는 일, 충성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일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뤄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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