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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대우조선 분할매각도 검토”



대우조선 매각이 공식적으로 파기되면서 재매각 시기와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은행 정인성 부행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한화컨소시엄과 체결한 양해각서가 해제됐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한다”고 밝혔다.

정 부행장은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영체질을 개선하는 한편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하면서 시장 상황을 봐가며 매각을 재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선박, 해양, 건설 등의 부문에 대해 키울 것은 키워 향후 재매각할 때 분할 매각 등의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매각 시기는 경제·시장상황, 조선업황, 주가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행보증금과 관련해 정 부행장은 “3000억원이 넘는 이행보증금은 양해각서에 따라 몰취해 지분비율대로 자산관리공사와 배분, 기업지원 자금으로 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산은이 올해 상반기나 하반기에 바로 재매각으로 돌입하거나 1년 이상 지나 내년께 재매각을 추진하는 방법 등 2가지 시나리오가 관측되고 있다.

또한 대우조선 재매각 추진에 따라 공적자금이 투입된 하이닉스반도체, 현대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등 대형 매물들의 매각 일정도 순차적으로 차질을 빚게 됐다.

이들 대형 매물들은 이번 대우조선 매각 파기 혼란 탓에 인수 희망자들을 끌어들이는 흥행성뿐만 아니라 가격적인 면에서 수세에 몰릴 전망이다.

■재매각 조기 추진

산은이 재매각을 조기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은 △가격문제 △노조와 매도자 실사 △지주사 전환 산은 민영화 등 3가지 걸림돌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가격문제와 관련, 대우조선의 주가가 글로벌 금융위기 및 경기 침체로 지난해보다 많이 하락한 가운데 반등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6조3000억원대에 거래가 진행 중인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재매각을 시작해야 한다. 이에 한화와 협상해 온 가격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재매각 일정에 돌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조와의 매도자 실사 문제도 걸림돌이다. 만약 재매각 일정을 늦출 경우 산업은행은 또다시 노조의 매도자 실사 저지에 막히게 된다. 노조측에서 이전 입찰 때 산업은행과 4대 요구사안을 놓고 합의점을 끌어내기 위해 매도자 실사를 막아 왔던 전철을 다시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만약 재매각 일정을 신속하게 진행한다면 2008년에 실시해 놓은 실사 데이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매도자 실사 저지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산은의 민영화에 따른 지주사 전환문제도 걸려 있다.

산업은행 지주회사 전환 법을 살펴보면 산은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비금융 자회사를 2년 내로 처분한다는 내용을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만약 2년 내에 이 비금융 자회사를 팔지 못하면 산은은 이 자산을 예금보험공사나 자산관리공사에 그대로 넘겨야 할 처지가 된다.

■내년 이후 재매각 추진 가능할까

그러나 숨고르기 이후 6개월이나 1년 뒤 재매각을 추진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국내에서 대우조선을 매수할 주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수희망 기관이 어디인지 조사를 하고 물밑작업을 해야 하는데 당장 인수희망업체로 거론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해외 업체를 대상으로 매각하는 문제도 그렇다.

일각에서는 포스코를 유력한 재매각 대상으로 꼽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포스코 고위 관계자가 대우조선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 가능성이 크진 않다.

다만 6개월에서 최장 1년 뒤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재매각을 추진할 경우 2년을 훌쩍 넘길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업계 빅3가 3년치 수주 물량을 쌓아 놓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가 호전된다는 점을 확인하기 전까지 대우조선을 인수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인수희망 기관이 거의 없을 것이란 우려 탓이다.


이처럼 기간을 늦춰 재매각을 실시할 경우 가격 측면에서 한화와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한화의 가격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매각이 결렬된 마당에 재매각에서 가격 인하 조건을 수용할 경우 이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대우조선 매각이 지연돼 재실시될 경우 4조원 정도의 가격선에서 딜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김주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