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창업

[벤처창업 열전] 66. 캐릭터 산업 개척한 ‘위즈크리에이티브’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19 16:26

수정 2009.04.19 16:26



국내에 캐릭터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던 지난 90년대, 캐릭터산업 태동시기 중심에는 지금의 위즈크리에이티브 박소연 대표가 있었다.

미국에서 디자인공부를 마친 박 대표는 지난 98년 국제통화기금(IMF) 영향으로 바른손 캐릭터사업부가 분사하자 독립된 회사의 수장을 맡았다. 이후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캐릭터의 사용권리를 일정기간 주고 로열티를 받는 캐릭터라이선싱 시장 개척에 나선다.

당시 국내 캐릭터산업은 단지 만화, 애니메이션 한 장면의 컷을 그대로 인쇄하는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에 위즈크리에이티브의 이같은 행보는 모험이었다.

우려와 달리 부비 등 라이선싱 캐릭터들이 연속 히트를 친데 이어 기업들의 제품 캐릭터를 개발하는 사업까지 확장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위즈크리에이티브의 성공은 국내 캐릭터산업 발전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주면서 수많은 업체들이 생겨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내 캐릭터산업을 태동시키고 그 과정에서 캐릭터 마케팅시스템 구축과 후배양성 등에 기여한 위즈크리에이티브의 역할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박 대표는 오른쪽 발에 깁스를 한채 지난 14일 불편한 몸을 이끌고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해외시장 확대와 글로벌 스타급 캐릭터 개발이 문화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하는 길이라고 믿는 박 대표의 신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라이선싱, 제품캐릭터 개발사로 명성

캐릭터사업은 크게 애니메이션, 제품 캐릭터, 캐릭터 라이선싱 3개 분야로 구분되며 위즈크리에이티브는 이중 제품과 라이선싱 캐릭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97년 위즈크리에이티브가 탄생시킨 귀여운 노란 강아지 부비는 10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동화책, 뮤지컬 등 수많은 제품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우정과 사랑을 심어주고 있다. 부비를 포함해 자체 개발한 30여개의 캐릭터들이 국내기업들과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해 침류, 침구 등 각종 제품에 사용되고 있어 어린자녀를 둔 부모라면 위즈크리에이티브의 캐릭터를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좌충우돌 공룡캐릭터 다이노웁스는 대만, 홍콩 등 세계 여러나라에 라이선싱을 체결해 한국 캐릭터가 세계무대로 진출한 사례로 꼽힌다.

국내 대기업 등 100여개 유수 기업들의 제품 브랜드를 캐릭터화하는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면서 롯데제과의 빼빼로·칸쵸, 삼성카드 포인트맨, 삼성에버랜드 이솝빌리지, FNC코오롱의 잭니클라우스, 놀부 등 수많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밖에 라비타, 클릭 등 캐릭터 자동차 기획, 캐릭터 전문점 개설, 캐릭터 디자인 북 출간 등은 위즈크리에이티브가 국내 최초로 일궈낸 기록들이다.

■국내 캐릭터산업 발전에 앞장

한국의 캐릭터산업을 들여다보면 위즈크리에이티브 박 대표의 행적이 곳곳에 배어있다. 캐릭터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지난 98년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하다보니 수많은 시행착오와 설득이 불가피했고 이 과정에서 박 대표가 터득한 내용들이 국내 캐릭터산업 발전의 토대가 됐다.

캐릭터라이선싱 아카데미를 만들어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한데 이어 캐릭터디자인, 기획, 라이선싱, 마케팅, 비즈니스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총망라한 ‘캐릭터마케팅’을 발간해 현재까지도 캐릭터에 대한 지침서로 각광받고 있다. 또 캐릭터의 다양한 동작, 상황, 배경을 개발해 제작한 캐릭터 매뉴얼북은 캐릭터 개발업체들의 개발비용과 연구기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특히,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사외이사를 맡아 캐릭터의 문화, 산업적 가치에 대한 연구지원과 사업육성 정책연구에 대한 기본방향을 제시했고 업체간 상생을 위해 다양한 대내외 활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글로벌 캐릭터개발에 올인

현재 국내에는 디즈니 등 세계적인 캐릭터 업체들과 둘리, 뿌까, 마시마로, 뿡뿡이, 뽀로로 등 토종업체들이 국내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국내 캐릭터산업은 고비를 맞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미키마우스와 같은 글로벌 라이선싱 캐릭터 개발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경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박 대표는 강조한다.

캐릭터 산업은 디즈니 등 큰 메이저 영화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컨소시엄 구성 등을 통해서만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들어 미국지사 등 해외행 발길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 애니메이션, 창투사, 캐릭터 개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국 대표 캐릭터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개발된 라이선싱 캐릭터를 창투사 등의 투자로 애니메이션을 제작, 세계시장에서 승부한다는 것이다.
최근 창투사들이 애니메이션펀드를 결성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winwin@fnnews.com 오승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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