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中企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3) 효율적 골목상권 보호, 해법은?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1.22 17:31

수정 2013.01.22 17:31

대형마트 등이 골목상권을 파고 들면서 서울 등촌동의 한 동네 슈퍼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골목상권을 파고 들면서 서울 등촌동의 한 동네 슈퍼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민생 공약 핵심은 '골목상권 살리기'다. 지난 정권 대형 유통업체의 성장에 반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급격히 몰락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이하 유통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과 같은 대형유통업체의 확장억제 정책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 규제가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골목상권이 대형유통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주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형유통업체 규제...왜?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연평균 8% 성장했다. 그러나 전통시장은 같은 기간 마이너스 6% 성장으로 후퇴했다. 최근 7년간 전통시장은 176개가 사라졌다. 반면 같은 기간 대형마트는 248개에서 439개로 191개, 기업형슈퍼마켓(SSM)은 234개에서 924개로 무려 690개나 늘었다.

유통업은 제조업과 달리 특별한 기술력보다는 자금력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뛰어들 수 있는 대표적인 서민업종이다. 하지만 대기업이 유통업을 확장해 나가면서 전통시장과 동네슈퍼 등이 몰락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하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후보 시절부터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의 확장을 억제하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형마트의 확장을 억제하는 '사전 입점 예고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일 국회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대형마트의 영업제한 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로 하고,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 월 2회'로 규정했다. 결국 향후 대형 유통업체의 확장이 억제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형성한 셈이다.

■규제책 효과는 글쎄?

문제는 대형 유통업체의 억제가 곧 골목상권 살리기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대형마트 영업이 줄면서 주말 아르바이트 고용이 줄어들었고, 대형마트 매출 손실에 이어 농수산물 매출 감소로 농어민 수입 감소 역시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를 비롯한 농민단체 6곳에서 유통법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보통 일요일이나 평일 저녁에 대형마트를 들른다는 이유 때문이다. 더욱이 의무휴업일 시행에도 불구, 골목상권이 아닌 엉뚱한 곳이 효과를 봤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의무휴업일 첫 시행 이후 전통시장의 성장세는 크지 않았고 오히려 하나로마트, 온라인몰, 홈쇼핑 등이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일수 및 시간 제한의 경우 지역민 직접 고용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대형마트 매출감소로 인해 농어민, 협력사까지 제2, 제3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골목상권 자생력 높여야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무작정 골목상권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대형 유통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주는 데 지원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우선 전통시장이 대형 유통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소상공인 전용 물류센터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농산물 소매가격 중 유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2%에 이를 만큼 비중이 높다. 대형마트는 산지 직거래를 통해 가격을 낮춘다. 반면 영세 상인들은 도매 시장을 거쳐야 하는 탓에 가격경쟁력이 뒤질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 전용 물류센터를 통해 유통단계를 줄인다면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앞서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했다가 완화한 일본의 사례도 참고할 수 있다. 일본은 1974년 대형소매점의 매장 면적, 영업일수, 폐점시간을 사전심사하는 형태로 규제를 진행했다.

하지만 2000년 5월 일본정부는 대형 유통업체의 직접적 규제보다는 중소 소매점 주변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등 중소 소매점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했다.

이에 일본 전통시장은 고유의 지역특색을 반영함과 동시에 시장 내 공연장 건설, 대학생 무료 공부방 등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면서 자체 경쟁력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퍼주기 정책이 아닌 골목상권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돼야 한다"며 "일본 등 해외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전통시장 자체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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