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개천서 용 난다는 옛말”…500대 기업 진입장벽 높아

김병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03 14:44

수정 2014.11.05 12:36

국내 산업 생태계가 갈수록 재벌 중심으로 고착화돼 독립 기업들이 설 땅을 잃고 있다.

재벌기업들이 순환출자와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전 업종 생태계를 장악함으로써 산업지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20년 이내 설립된 기업 중 500대 기업으로 도약한 독립회사는 단 13개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33개 재벌그룹은 72개사를 무더기로 500대 기업에 진입시켰다.

■500대 기업 중 신생회사는 13개

3일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 스코어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국내 500대기업(매출액 기준) 진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1993년 이후 설립되거나 대기업에 인수돼 500대 기업으로 급성장한 기업은 총 119개에 달했다.

이중 대기업 그룹 계열과 외자투자기업, 공기업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독립적으로 창업해 500대 기업에 입성한 회사는 성동조선해양, 뉴옵틱스, 모뉴엘, 하이호금속, 파트론, 유라코퍼레이션, 지오영,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 NHN, 디아이디, 네오위즈게임즈, 엔씨소프트, 넥슨코리아 13개사 뿐이었다.
전체의 10.9%다.

이들 대부분은 모두 500대 기업 순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4개 회사가 400위 이하, 5개는 300위대에 밀려 있고, 100위대 기업은 NHN 단 한 곳뿐이다. 200위대는 유라코퍼레이션(266위)과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229위), 그리고 현재 채권단과 재무개선약정을 맺고 있는 성동조선해양(238위) 등 3개사다.

설립된 지 10년 이내 기업으론 총 30개 기업이 500대 기업으로 도약했지만, 이중 독립기업은 뉴옵틱스, 모뉴엘, 하이호금속,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 등 4개사에 불과했다.

문어발처럼 진출한 대기업그룹 계열사들이 산업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어 독립 기업이 생성. 성장할 수 있는 입지가 거의 없는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500대 기업의 매출액 커트라인은 6300억원 규모였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핵심 기치로 걸고 벤처기업 등 독립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부쳤지만, 이 같은 고착화된 구조로는 성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재벌그룹 막강 파워 자랑

그룹별로는 20년 이내 설립 혹은 인수, 분할된 신생기업을 500대 기업으로 가장 많이 진입시킨 파워 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이었다.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현대다이모스, 현대엠코, 현대오토에버,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파워텍 등 무려 8개 '새싹' 기업들을 단숨에 500대 기업 반열에 올렸다.

그 뒤를 이어 SK와 LG가 각각 6개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삼성과 CJ는 나란히 5개씩을 기록했다. 그 외 STX는 4개를, GS와 LS, 롯데는 각각 3개씩을 진입시켰다.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은 각각 2개사씩 추가했다.

한편 지난 10년 이래 총자산이 급증한 기업은 현재 재무개선약정을 맺고 있는 성동조선으로, 2003년 설립 이후 10년 만에 자산을 8433.7%나 늘렸다.
이어 현대엠코가 7258.1% CJ헬로비전 6738.5%, 현대글로비스 3648.7%, 한화S&C 3403.2% 등의 경이적 성장률로 톱5에 올랐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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