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환율 또 1060원선 위협, 비상 걸린 수출 중기들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0.29 17:07

수정 2014.10.31 20:18

#. 울산광역시 소재 중소 화학업체 정 모 사장(48)은 최근 현장보다 컴퓨터 모니터에 더 자주 눈길이 간다. 환율 시세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영업 마진이 악화되고 있지만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무엇보다 미국 바이어들과의 계약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적정 환율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원화강세가 지속되면서 중소 수출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환 헤지 상품에 가입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최근 키코(KIKO)가 불공정하지 않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이마저도 쉬운 결정이 아니다.

29일 한국은행 및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지난 9월 이후 2개월 만에 4.5%나 급락했다.

지난 8월 말 1110.00원에서 9월 7일 1097.90원으로 1100원 선이 무너진 뒤 9월 9일 1086.80원, 9월 23일 1073.80원, 10월 15일 1066.80원으로 빠르게 하락했다. 이날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5원 내린 달러당 1060.60원에 마감됐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중소 수출기업들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원화값이 1% 상승하면 수출업체의 영업이익률이 0.1% 떨어진다는 상관관계가 있다. 특히 원화 강세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화값이 1% 상승하면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0.094% 하락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0.139%나 떨어진다는 것.

전체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이 90%를 차지하는 헬스케어 장비업체 고위 관계자는 "올해 적정 영업 환율을 1090원 선에 맞춰 계획을 세웠는데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환율 하락으로 매출도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선물환 파생상품 평가 손실도 확대되고 있는 상태"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소 화학업체의 정 모 사장 또한 "이번 주말 미국으로 출장을 가서 수출계약을 하기로 돼 있는데 환율이 최대 변수"라면서 "일부 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들의 환 헤지를 지원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최근 키코의 패소 결정이 난 상황에서 섣불리 환 헤지 상품에 가입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환 헤지 전문 컨설팅업체인 리스크헷지테크놀러지(RHT)의 정지홍 대표이사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원·달러 환율 1100원 선이 붕괴됐을 때 이미 한 차례 큰 충격을 받았었다"면서 "1050원 선이 깨질 경우 또 한번 큰 혼란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의 환율 전망은 강세 기조 유지가 대세여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대신증권 김승현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외환시장 직개입에도 불구하고 원화 강세 저지는 한계가 있다"면서 "원화 강세 속도를 완화시키는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yutoo@fnnews.com 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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