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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증산 못한다”-IEA “공급 늘려야”

유정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7.11 21:27

수정 2014.11.07 00:01



향후 원유 수급전망을 놓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주 들어 9달러 넘게 하락했던 국제 유가가 다시 6달러 가까이 상승하며 유가의 변동성이 극에 달하면서 OPEC과 IEA의 전망치 대립은 유가의 향방을 더욱 미궁에 빠트리고 있다.

국제원유시장의 양대 축으로 군림하고 있는 OPEC과 IEA는 각각 산유국과 원유 수입국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대변하고 있어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OPEC은 지난 10일(현지시간) ‘2008 세계 원유 전망보고서’를 통해 장기적으로 원유 소비세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섣불리 증산에 투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OPEC은 2012년의 하루 평균 원유 수요를 9230만배럴로, 2030년의 하루 평균 원유 수요는 1억 1300만배럴로 전망했다. 특히 2030년의 전망치는 에너지 효율성 증가와 대체에너지 사용증가, 경기둔화 등의 이유를 들어 지난해 보다 400만배럴(3.7%) 하향 조정한 것이다.


OPEC은 “이머징국가들의 수요 증가로 전세계 원유 수요량은 증가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소비할 지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며 “비회원국의 원유생산량도 증가할 것이므로 OPEC의 증산과 관련된 3000억달러의 투자 역시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압둘라 살렘 알 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현재 공급은 충분하며 고유가의 원인은 약달러와 지정학적문제, 정제능력의 부족 등 때문이다”고 주장하고 “OPEC 국가들은 원유 소비 추세가 감소한다고 예상되면 결코 증산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원유 수입국을 대변하는 IEA는 같은 날 발표된 보고서를 통해 신흥 경제국의 수요 급등과 OPEC의 공급 부족으로 인해 장기적인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EA는 ‘월간 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수요 전망치를 이전 보다 0.1% 늘어난 하루평균 8685만 배럴로 상향 조정했다. 또 내년에는 하루 평균 수요가 86만배럴씩 증가해 총 8770배럴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올해와 내년에 선진국의 원유 수요는 감소하지만 중국, 인도, 중동 등의 신흥경제국의 원유 소비가 뚜렷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IEA는 지난 1일 이미 “중·장기적으로 원유 생산능력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며 “개발도상국의 구조적인 수요 증가와 산유국의 공급 능력 제한으로 빠듯한 수급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바 있다. 당시 IEA는 1일 평균 세계 원유수요가 2013년에는 941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OPEC과 IEA가 전망치를 놓고 대립하는 가운데 향후 유가 예측을 놓고도 갖가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6월 메릴린치는 향후 1년간 유가가 배럴당 80달러에서 150달러대 사이를 움직일 수 있다고 폭넓게 예상 했으며, 가즈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머지 않아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릴린치와 밀러의 유가 전망 차이가 최소 배럴당 80달러에서 최대 250달러까지 자그마치 180달러에 이른다.이에 일각에서는 “이런 유가전망은 나도 하겠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엇갈리는 전망의 엇갈림은 원인 분석에 있다. 지속적인 유가 급등을 예측하는 측은 수급 불안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경제국의 소비를 공급이 쫓아가지 못하고 있고, 지정학적 불안정 때문에 원유공급의 불확실성이 증가해 유가가 급등했다는 분석이다.

반면에 유가가 조만간 하락세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투기자본이 유가 급증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영국의 정유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크리스토프 루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금융 투자자들이 시장을 빠져나간가면 유가는 급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원유 전망에 대한 설왕설래 속에서 원유 소비국은 새로운 세법으로 유가 상승을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탈리아 뒤를 이어 포르투칼의 재정담당 각료 카를로스 로보는 일명 ‘로빈훗稅’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빈훗세는 에너지 기업에 대한 일종의 초과 이득세로써 포르투칼의 에너지 기업들은 급증한 유가를 기준으로 자산을 재평가해 수익이 아닌 자산에 25%의 세금을 내야한다.

/nanverni@fnnews.com 오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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