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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제재’ 대신 ‘컨설팅’ 집중

안대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15 22:26

수정 2014.11.07 11:12



사례 1. A은행은 지난해 강화된 국제 건전성 기준인 ‘바젤Ⅱ(신바젤협약)’ 도입에 앞서 금융감독원 직원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금감원 직원들은 A은행에서 4주 동안 자는 시간 빼고 하루 종일 상주하며 바젤Ⅱ 도입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금감원 직원은 주말과 휴가를 모두 반납하고 퇴근도 그 은행에서 가장 늦게 했다는 후문이다.

사례 2. 얼마 전 대부업 대출을 받은 김모 고객에게 느닷없이 금감원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금감원은 모 대부업체와의 거래에서 ‘불법 추심은 없었는지’ ‘계약안내를 친절히 잘 받았는지’ 등 대부업체 서비스 만족도 등을 물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한 지 1년 가까이 지나면서 감독서비스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 지적 위주의 감독에서 컨설팅 및 정보 지원 방식의 지도감독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김 원장은 지난해 3월 “규제 중심에서 자율경쟁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제재중심에서 컨설팅 중심으로 감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5일 A시중은행 리스크관리부장은 “감독의 방식이 불과 1∼2년 새 달라졌다”며 “과거와 달리 은행 내 좋지 않은 지표나 자료가 나와도 솔직하게 감독원에 제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은행이 금감원으로 받는 컨설팅 서비스는 △환율 변동폭이 급등했을 때 예상되는 금융시장 상황 △이를 감내할 수 있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정도 △경제 전망 시나리오에 따라 부각되는 리스크 요인 및 충격과 파급 경로 대처법 등이다.

B은행 신용담당부장도 “최근 우리가 간과한 리스크에 대해 금감원이 지적해 놀랐다”며 “타 은행의 모범 사례 및 해외 선진금융기관의 사례 등도 귀띔해줬다”고 밝혔다.

C은행 관계자는 “최근 감독원 사람들과 은행 발전방향에 대한 토론, 연구 등 공동으로 머리를 맞대는 일이 늘어났다”며 “감독원 직원의 역량이 많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인적역량도 과거에 비해 몰라보게 달라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은행의 검사역에 비해 금융감독원 직원은 현장 감각이 떨어졌지만 최근에는 전문화된 금감원 직원들이 가끔 현장을 뛰어넘는 분석 컨설팅을 해 깜짝 놀랄 때도 많다”고 밝혔다.

실제 금감원은 인력의 25% 이상을 외부 전문인력으로 충원하고 있으며, 현재 임직원 1700여명 중 14%인 230여명이 공인회계사 등 외부 전문인력이다.

이 밖에 저축은행 서비스도 대폭 변화돼 3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컨설팅을 강화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킹사건 이후 전산보완 컨설팅이 업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시장 잠재리스크, 중기대출 관리 등을 비롯해 임직원의 경영관리능력, 유동성, 수익성 관리 등을 저축은행별로 컨설팅해 줬다.


간접 감독기관인 예금보험공사의 경우도 ‘주문식 컨설팅’으로 금융업계에 인기가 높다. 특히 저축은행을 감독 지원하는 예보 리스크관리부서의 경우 최근 은행들이 하는 프라이빗뱅킹(PB)이나 자산운용업무 등에 대한 저축은행 컨설팅이 진행됐다.


예보 이재호 이사는 “금융사들이 컨설팅 요청을 할 경우 국내 최고의 전문가를 섭외해 무료로 컨설팅을 해준다”며 “지난해 5∼6개사의 저축은행에 대한 정밀 컨설팅이 진행됐고, 올해는 2배 수준인 10개사 이상이 컨설팅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powerzanic@fnnews.com 안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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