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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경제대국] 中 베일을 벗긴다/③세계를 주무르는 ‘큰손’ 중국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7.08 16:58

수정 2014.11.05 11:16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미국의 언스트&영이 최근 전세계 809개 다국적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자 선호도 조사(복수응답)에서 중국은 48%로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이 생산기지로서 매력이 떨어졌다는 일각의 주장을 무색케 하는 조사결과였다.

중국 정부의 정책변화와 인건비 상승 등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외국인 투자가 쇄도하는 국가이다. 외국인 투자는 값싼 노동력과 결합돼 제법 쓸 만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는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산) 제품이 홍수를 이룰 만큼 넘쳐나고 있다. 신발과 옷, 가전제품을 비롯해 이쑤시개와 종이컵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값싼 노동력을 이용, 가격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 한국 시장을 장악한 것이다.

중국은 또 수출로 돈을 번 중국은 이제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오는 2016년에는 중국인들의 ‘명품’ 구매액이 세계시장의 25%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올 만큼 중국 소비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생산공장과 소비시장의 두 얼굴을 가진 중국은 이제 세계 시장을 주무르는 큰손으로 군림하려 한다는 게 중국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만들어 세계에 판다

중국이 ‘세계의 생산공장’이 된 것은 두 가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풍부한 노동력이고 나머지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폭주다.

중국의 풍부한 노동력은 절대 임금이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게 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제조업 평균 임금은 주요 선진국의 20분의 1에 불과하고 공산품 제조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3.5%로 아시아 국가의 통상 수준(4%)을 밑돌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임금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지속하더라도 1억명 이상의 여유인력 탓에 선진국과의 임금 격차는 오히려 더 확대될 것이라는 중국 내부 분석도 있다.

중국 노동사회보장부 노동과학연구소 여우쥔 소장은 “2011년까지 새로 공급되는 노동인구는 연간 2000만명, 실업인구 등을 포함하면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은 2400만명에 이를 것”이라면서 “반면, 일자리 공급은 경제성장률을 8∼9%로 볼 때 신규 증가분 800만∼900만개, 자연감원에 대한 보충까지 감안해도 1200만명에 불과해 여전히 1200만개의 일자리가 부족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농촌의 남아 도는 노동력이 1억2000만명에 이르러 향후 상당기간은 노동력이 부족할 수가 없다”면서 “상당기간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의 경우 폭주한다는 말이 맞을 정도다. 2005년 말 현재 26만개의 외국인 기업이 투자했다. 지난 80년대 초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지금까지 누적된 외국인들의 투자금액이 1조5000억달러를 넘고 이 가운데 60% 이상이 제조업에 투자됐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 규모는 지난 92년 110억달러를 기록,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했고 이듬해인 93년에는 275억달러로 급증했다. 이후에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63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한국(110억달러)의 5배 수준에 육박했다. 올 들어서도 1·4분기까지만 159억달러에 이르러 연간 전체로는 700억달러를 무난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투기업들은 에어컨 등 가전제품에서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온갖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중국내 에어컨 생산량은 지난 80년 1만여대에서 2005년에는 6765만대에 이르러 중국은 세계 최대의 생산국가로 발돋움했다. 냉장고와 컬러TV도 2005년 1억9389만대와 8282만대를 생산, 역시 세계 1위의 자리를 거머쥐었다.

외투기업에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도 들어 있다. 프랑스 ‘피에르카르댕’이나 이탈리아 ‘아르마니’ 등은 이미 중국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고 영국 ‘버버리’는 자국 내 거센 반발에도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중국 선전으로 공장을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또 루이뷔통은 올해 초 주문자상표부착(OEM) 업체를 선정하고 저장과 항저유 지역에 생산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김석진 KIET 부연구위원은 “중국은 외자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추진, 단기간에 공장을 설립하고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면서 “중국정부의 공식통계에 의하면 2005년 기준 외자기업의 취업인구는 1245만명이지만 실제 취업인구는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미국의 언스트&영이 최근 전세계 809개 다국적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자 선호도 조사(복수응답)에서 중국은 48%로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투자처로서 여전히 매력덩어리라는 점을 보여 준다.

이문형 KIET 연구위원은 “중국의 1인당 외국인직접투자액은 2003년 기준으로 41달러로 개발도상국 평균치인 33달러보다는 많으나 세계 평균치(107달러)에는 크게 모자란다”면서 “중국정부의 정책변화와 투자환경 악화가 이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중국경제의 성장세가 예상되는 2010년까지는 대폭적인 감소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의 큰손, 세계 명품시장 중국

중국은 수출로 번 돈으로 외국기업을 사냥하기에도 여념이 없다. 96년 1000억달러 수준이던 외환보유고는 1·4분기에는 1조2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1·4분기에는 외환보유고는 1분에 100만달러가량 늘어나는 초고속 성장세를 보였다. 이 정도의 속도라면 2008년 1조5000억달러, 2010년에는 2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모든 게 수출로 번 돈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인수합병(M&A)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기업의 해외기업 M&A 규모는 52억7900만달러로 우리나라(4억5100만달러)의 10배를 훌쩍 넘었다. 미국 IBM의 PC부문(17억5000만달러)과 프랑스 톰슨의 TV부문(17억달러), 인천정유(5억5000만달러), 쌍용정유(5억달러) 등을 챙겼다.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M&A를 통해 부족한 기술력과 브랜드를 한꺼번에 만회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인당 국민소득(GNI)은 지난 2005년 기준으로 1740달러로 한국(1만5380달러)의 9분의 1 수준이지만 동부해안의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저장 등 일부 지역은 이미 5000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인 프랑스 ‘피에르 카르댕’이나 이탈리아 ‘아르마니’가 중국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영국 ‘버버리’가 중국 선전으로 공장을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도 소득이 급상 중인 중국의 거대 소비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국 사회과학원 경제학부 장줘지안 연구위원은 “중국의 경제성장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이뤄진다면 오는 2010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소득증가에 중국의 인구(약 15억명)를 감안하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부상할 날도 멀지 않았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의 명품 시장은 내년까지는 연간 20%, 2009∼2015년에는 매년 10%씩 급속히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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