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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전셋값 이미 꺾였는데…한국감정원 주간통계 ‘가격왜곡’ 논란

뉴스1

입력 2014.04.21 14:35

수정 2014.10.28 05:29

3월전셋값 이미 꺾였는데…한국감정원 주간통계 ‘가격왜곡’ 논란


3월전셋값 이미 꺾였는데…한국감정원 주간통계 ‘가격왜곡’ 논란


#집 주인 김모씨는 지난달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대림e편한세상 60㎡(이하 전용면적 기준) 전세를 매매로 돌렸지만 찾는 이가 없자 다시 전세로 바꿨다. 2억6000만원에 전세로 내놨는데 문의가 뜸해 2억4000만원으로 낮췄고 세입자를 구해 21일 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중개업소에서 시세라고 했던 전셋값 2억6000만원은 실거래가격과 괴리가 있었던 셈이다.

치솟던 전셋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오랜 기간 가파르게 올랐던 전셋값이 일종의 피로감을 느끼며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전세가격은 이미 수주전부터 보합 내지 하락세로 반전했음에도 민간 부동산정보업체를 비롯해 공기업인 한국감정원까지 나서 집 주인의 희망가격인 ‘호가’를 중심으로 조사한 주간 가격 변동률을 발표한 결과, 시장상황과 달리 전셋값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것처럼 사실을 왜곡시켰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토교통부가 21일 발표한 전·월세거래정보시스템을 통해 집계한 3월 전·월세 거래량을 보면 전국 14만2289건 거래돼 전달에 견줘 1.5% 감소했다. 전·월세거래정보시스템은 읍·면사무소나 동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전·월세 거래를 집계한 결과로 시차가 1개월 가량 늦지만, 현재로선 실제 거래량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통계치다.

신학기가 지난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든 영향도 있지만 3월 전세거래(월세 제외)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2% 줄며 전세의 수요 감소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드러냈다.

◇실거래가 하락세…시장에선 이미 가격조정 시작
거래량 감소와 가격 하락이 동반되고 있다. 지난달 주요 아파트의 전셋값 실거래가격을 살펴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7㎡(이하 전용면적) 12층의 전세가격은 2월 최저 3억2000만원에서 최고 3억7000만원에 거래됐으나 3월에는 최저 2억9000만원부터 3억5000만원 사이에 실거래 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아파트(12층 기준)의 3월 평균 전셋값은 3억2700만원으로 2월 평균(3억4000만원)보다 한달새 1억3000만원 떨어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 85㎡(13층 기준)도 2월 6억원과 6억8000만원(평균 6억4000만원)에 계약됐으나 지난달에는 6억원에 전세가 나갔다. 거래건수가 적긴 하지만 한달 만에 무려 4000만원이나 떨어진 셈이다.

서울 노원구 중계그린1단지 50㎡(4층) 전세는 지난달 1억5000만원에 거래돼 2월보다 1000만원 내렸고 경기 용인시 죽전 새터마을 힐스테이트 85㎡(6층) 전셋값은 지난달 2억9000만원으로 한달전보다 1000만원 하락했다.

실제 부동산시장에선 이미 이같은 현상이 감지돼 왔다. 앞서 예시한 신도림동 대림e편한세상 뿐 아니라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영등포구 도림동의 영등포아트자이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초만해도 84㎡ 전셋값은 4억원에 체결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3억7000만~3억8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인근 Y공인중개 대표는 “입주를 앞둔 2월과 3월초에는 이사철과 맞물려 있어 84㎡ 전세를 4억원에도 계약한 적이 종종 있었다”며 “60㎡처럼 인기가 높고 물량이 적은 소형면적은 매물이 없어 예외로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최근엔 가격이 고점에 비해 2000만원 이상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포구 공덕동의 공덕래미안3차 85㎡ 전셋값은 그동안 쉼없이 가파르게 치솟은 결과 5억원에 달한다. 인근 중개업소의 말을 종합하면 조정기에 들었고 상반기를 지나면 하락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인근 A공인중개 관계자는 “4000여가구에 달하는 아현 래미안 푸르지오가 올 9월에 입주하게 되면 공덕동 주변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제법 큰 폭으로 내릴 수 있다”며 “그동안 재개발 이주 수요가 몰려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공덕 래미안에서 전세를 구하려면 8월 이후에 알아보는 것에 좋고 현재도 이를 선반영해 가격이 정체 내지 약간 하락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호가’ 거품 꺼져…주간 통계치 뒤늦게 반영 ‘가격왜곡현상’ 초래
부동산정보업체의 아파트 전셋값 주간 변동률도 최근 하락 반전한 것으로 나왔다. 집 주인의 희망가격인 호가를 위주로 가격을 평가하기 때문에 실 거래가격을 후행하는 걸 고려하면 실제 전세시장은 이미 하락 곡선을 그렸다는 걸 방증한다.

부동산114가 지난주(14~18일) 조사한 전세가격 자료를 보면 수도권과 1·2기 신도시의 전셋값은 한 주간 각각 -0.01%, -0.03% 변동률을 나타냈다. 특히 수도권 전셋값은 2012년 7월말 이후로 88주만에 하락세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4% 올랐으나 상승폭이 전주에 비해 둔화됐다. 조만간 하락 반전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전세시장이 학군수요 등 이사수요가 마무리된 후 점차 안정세를 유지하며 전반적으로 거래가 한산해져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매와 전세가격을 주간 단위로 조사할 경우 실거래량이 뜸해 호가 중심의 가격 산정을 할 수밖에 없고, 호가의 속성상 가격 왜곡 현상은 불가피하다.
특히 공신력을 확보한 공기업인 한국감정원마저 주간 단위로 전세가격 변동률을 발표한 탓에 전셋값을 실제보다 부풀린 게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장은 “한국감정원은 실거래를 취합할 수 있는 기관이긴 하지만 주간 통계는 표본이 아파트에만 국한돼 있고 실거래도 적어 극히 일부만 반영되는 본질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럼에도 한국감정원이 오차가 있는 자료를 근거로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발표하고 언론에서 이를 보도하면서 집 주인이 전셋값을 올리게 만들고 서민들은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게 하는 왜곡된 판단으로 이어지게 만든다”며 “실거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주간 가격 발표는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이 할 일이 아니므로 서둘러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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