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현장르포] 중부발전 보령화력발전소, 화재 딛고 1·2호기 ‘500일 무고장’

김성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2 17:23

수정 2014.10.28 04:56

한국중부발전 보령화력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2월과 3월 잇따라 1, 2호기 500일 장기 무고장 운전 기록을 달성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중부발전 보령화력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2월과 3월 잇따라 1, 2호기 500일 장기 무고장 운전 기록을 달성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보령(충남)=김성원 기자】 한국중부발전 보령화력발전소 1호기가 지난 2월 13일 500일 장기 무고장운전을 달성한 데 이어 2호기 역시 동일한 기록을 세운 지난달 2일 보령화력본부 윤경현 제1 발전소장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면서 "2012년 3월 화재라는 큰 시련을 겪으며 직원들이 혼연일치돼 소실된 발전설비를 단 100일 만에 재가동할 수 있도록 모든 정비를 완료했던 당시가 떠올랐다"고 술회했다.

보령 1, 2호기의 '500일 무고장'은 1984년 발전소 준공 이후 30주년이 되는 올해를 가장 빛내는 단초가 될 전망이다. 화력본부 전 직원과 협력업체가 서로 합심해 예방점검 철저, 운전방법 개선, 교육훈련 강화, 설비 개선, 정비품질 향상 등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500일 장기 무고장 달성

기자가 충남 보령시 오천면 오포리에 있는 보령화력발전소를 찾은 지난 19일 발전소 정문에는 '500일 장기 무고장 달성'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여전히 서해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준공 30주년을 맞아 지역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장학퀴즈' 행사로 관계 직원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날처럼 평화로운 보령화력발전소 분위기는 지난 2012년 3월 15일 오후 11시께 1.2호기 건물 지하 1층의 전기실 전력공급 케이블에서 화재가 발생했던 때와 비교해 보면 감격스럽기까지 하다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당시 불이 나자 보령시는 물론 인근 홍성 등 6개 시.군 소방서에서 출동한 소방차 30대와 소방인력 402명이 진화작업을 벌였다. 발화점은 보령화력발전소 지하 1층 배선방으로 이곳은 보령화력발전기 1, 2호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케이블이 얽혀있던 곳이었다. 화재는 1시간 20분 만에 진압됐지만 국내 최대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이자 전체 발전설비 중 8%를 차지하고 있는 대규모 전기 생산기지에 예상할 수 없었던 '유고'가 생긴 것이다.

본사인 중부화력은 물론 국내 에너지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지식경제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당시 국내 전력 예비율이 20%를 넘어 전력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시설복구가 늦어지면 전력공급 차질은 불가피하기 때문이었다.

윤경현 소장은 "복구에 참여했던 직원들이 눈물을 흘리며 불철주야로 출근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발전소 직원들에게 시설화재는 씻을 수 없는 상처"라고 말했다.

사실 그때는 누구도 화재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발전시설이 100일 만에 완전 재가동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국내외 비슷한 규모의 화력발전소들이 복구에 최소한 6개월 이상이 필요하다고 보는 건 상식이었다. 하지만 상식은 100일 만에 깨지고 새로운 역사가 쓰여졌다.

제1 발전소 문석준 발전운영실장은 "보령 1, 2호기는 국내 500㎿급 석탄화력발전소 운영모델에서 우리 기술로 지어진 '한국형'의 효시"라면서 "이후 보령 및 다른 지역의 화력발전소는 이 모델을 기반으로 건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0년 전 보령에서 설계, 시공, 운영을 모두 우리 손으로 해낸 기념비적인 화력발전설비 '백전노장'이 화재라는 뜻하지 않은 악재를 최단기간에 완벽히 극복해 내고 부활한 것이다.

■계속되는 '보령발전소 신화'

보령화력발전소의 '신화'는 지난 1984년 1.2호기에 이어 1993년 준공된 3호기와 현재 건설 중인 신보령 1, 2호기가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보령화력 3호기는 지난해 한국기록원에서 5000일 무고장운전 기록을 '대한민국 최장 무고장 운전 기록'으로 공인받았다.

3호기는 1998년 12월 17일부터 지난해 9월 1일까지 장장 14년 8개월, 5000일에 걸쳐 단 한번의 불시 정지 없이 무고장 운전을 업적을 이뤘다. 물을 끓이는 과정 없이 바로 증기로 변환시키는 국내 초임계압 화력발전의 시초인 3호기는 1998년과 2008년 두 차례 미국의 전력전문지인 '파워'가 선정한 세계 최우수발전소상을 받았고 2008년 '아시안 파워 어워즈'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보령화력발전소에서도 육안으로 건설 현장이 보이는 오천면 해안로 일대에 위치한 신보령화력발전소는 국내 순수 원천기술로 2016년 준공될 예정이다. 신보령화력은 현재 보령화력발전소 설비용량의 두배인 1000㎿급 2기를 건설하고 있다.
약 154만가구(600만명, 4인 기준)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 규모이면서 문화.레저공간을 갖춘 '명품발전소'를 지향한다.

건설작업 중 발생한 잉여토사를 발전소내 공원 조성, 해안토성 산책로 건설, 공연장 건립 등에 활용한다는 것이 기존의 발전소와 크게 달라지는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기존의 화력발전소는 일반 제조공장 같은 모습이라면 신보령발전소 이후는 멀티복지시설 개념을 도입해 근무자와 지역 주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in5858@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