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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인력 맥 끊길판.. ‘구인 - 구직 미스매치’ 해결해야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7 17:44

수정 2014.10.24 21:27

제조 인력 맥 끊길판.. ‘구인 - 구직 미스매치’ 해결해야

#1. 지난 25일 낮 경기도 남양주의 한 주물제조공장. 50도가 넘는 공장 안에서 근로자 5~6명이 1500도를 웃도는 용광로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부분 주물제조에서만 30~40년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들이다. 하지만 숙련된 솜씨임에도 쇳물을 옮기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금방이라도 쓰러지거나 쇳물을 엎지를 것 같다. 조형 틀에 겨우 쇳물을 쏟은 뒤 땀을 닦는 얼굴엔 이미 한여름의 무더위와 용광로의 열기를 이겨내기엔 버거운 세월이 스며들어 있었다. 이 회사 김모 사장(67)은 "우리 같은 뿌리산업에 젊은이 발길이 끊긴 지는 오래"라며 "지금 일하는 경력자들이 그만두면 주물제조 기술도 끊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 같은 날 이곳의 가구제조공장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가구에 페인트칠을 하던 근로자가 마스크를 벗으니 집에서 손자의 재롱을 봐도 어색하지 않을 얼굴이 드러났다. '젊은이는 없느냐'고 묻자, 가리킨 한쪽에서 20대 청년 2명이 완성된 가구를 조심스럽게 옮기고 있었다. 페인트 칠사 박모씨(65)는 "페인트는 독성이 강하고 힘들어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면서 "대학생인 저 청년들도 아르바이트라서 곧 여기를 뜰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중소기업, 뿌리산업, 제조업 등의 산업현장에서 갈수록 청년의 모습을 찾기 어려운 시대다. 산업이 발달할수록 정보기술(IT),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산업엔 청년이 몰려들지만 그렇지 않은 거칠고 위험하며 힘든 소규모 뿌리산업과 제조업은 매년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쉽고 편안한 일을 찾는 청년들만 탓할 것은 아니다. 저출산과 고령화 가속, 기업들의 투자 부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여전한 격차, 정부의 땜질식 처방 등 사회의 총체적인 구조적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해법은 생각보다 분명하다. 뿌리산업, 제조업이 청년들에게 매력 있게 다가서면 된다.

뿌리산업, 제조업의 미래비전을 보여주고 임금인상 등 제대로 된 보상을 지급하며 근로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면 서비스업에만 집중되는 청년의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연구원 백필규 선임연구위원은 "산업현장 고령화는 결과적으로 청년들이 뿌리산업과 제조업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보상, 숙련, 정보 등 3가지 미스매치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년 다를 것 없는 고용 정책

우선 청년층이 취업난을 겪는 반면 뿌리산업.제조업 역시 인력난을 호소하는 것은 청년층이 뿌리산업.제조업에서 사실상 일할 기회를 찾지 못한다는 데 있다.

청년층이 원하는 대기업, 공공기관, 해외, 보건 및 의료.교육.관광.금융.소프트웨어 등 5대 유망서비스산업 일자리 수준에 뿌리기업.제조업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러한 분야는 채용규모가 한정돼 있다. 따라서 청년들은 자신이 원하는 자리가 생길 때까지 불필요한 스펙이나 학벌을 키우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조언한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 직무능력을 갖춘 청년, 청년이 가고 싶은 일자리, 청년과 기업 간 매칭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놨다. 스펙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인정하는 사회를 구축하고 청년이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 여건을 만들며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정책의 이름만 바뀔 뿐 세부적으로 그 내용을 뜯어보면 매년 비슷한 뜬 구름 잡는 정책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산업연구원 김주영 박사는 "뿌리산업 고령화는 기술적이나 시장적인 문제도 있지만 노동시장에서 젊은 인력들이 잘 갈 수 있고 흡수할 여지가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면서 "대기업.중소기업 간, 업종별 격차를 완화하는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령화가 됐다고 중장년층에게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이들도 일자리를 찾기는 힘들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제공한 연령별 취업자 수를 보면 60세 이상은 2011년 11.9%(288만6000명), 2012년 12.6%(310만8000명), 2013년 13.1%(328만9000명)에 그쳤다. 50~59세는 이보다 다소 나은 2011년 21.0%(508만3000명), 2012년 21.7%(535만3000명), 2013년 22.4%(560만6000명) 수준이었다.

■보상, 숙련, 정보 미스매치 해결을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보상, 숙련, 정보의 미스매치를 해결해 청년층이 서비스업보다 제조업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먼저 보상과 숙련 미스매치는 임금 인상보다는 미래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중소기업도 취업 목적 대신 5년 후 창업을 통해 소득을 높일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야 한다.

예를 들면 창업 마이스터 제도 등을 통해 중소기업 경력을 거친 사람에게 창업을 집중해주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보 미스매치는 유망 중소기업을 학생 졸업 전에 발굴한 뒤 연결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

백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히 (뿌리산업에)오라고 하면 오기 어려운 만큼 미래비전을 어떻게 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정부 정책도 학생과 학교, 기업의 미스매치 해결에 집중해야 취업난과 인력난, 숙련단절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jw@fnnews.com 정지우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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