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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일내 못팔면 기관장 해임” vs. 공기업 “정부 성과 내려고 밀어붙여”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20 17:26

수정 2014.10.23 22:31

정부 “시일내 못팔면 기관장 해임” vs. 공기업 “정부 성과 내려고 밀어붙여”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성과를 부각시키기 위해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절차를 밟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본사 사옥 등 자산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포함한 자구노력에 대해 조기에 중간평가를 실시, 기관장 해임건의 등 페널티를 부과키로 하고 강행하면서다.

이들 공공기관은 불가항력이라도 정부가 제시한 시점까지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불이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상화 대책에 따라 분류된 18개 부채중점관리기관(부채과다기관)들의 부동산 등 자산매각이다.

20일 기획재정부와 해당 공공기관들에 따르면 18개 부채과다기관의 매각대상 자산은 부동산 7조6000억원, 출자지분 13조7000억원 등 총 2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가운데 지난 6월 말 현재까지 매각이 끝난 것은 부동산의 경우 6000억원, 출자지분 5000억원이 고작이다.

당초 목표한 금액의 5%도 채 팔지 못한 셈이다.

2012년 기준으로 빚만 138조원으로 가장 부채가 많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성남의 본사사옥 2곳과 사업권 등을, 부채가 55조원에 육박하는 한국전력은 서울 삼성동 본사를 비롯해 업무용 부지 등을 팔겠다고 내놓은 상태다. 이는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정상화 대책이 맞물리면서 내놓은 자구책들이다. 이들 기관은 올해 초 정상화 계획에 따라 자산매각 외에도 비핵심 분야 등 사업조정, 인건비 절감 등 경영효율화 목표치를 기재부에 각각 제출한 바 있다.

그런데 시장 침체로 사옥 등 대형 자산 매각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부채과다기관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의 이행 노력을 평가, 9월에 중간평가 결과를 발표한다는 게 기재부의 방침이다. 경우에 따라 졸속 매각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기관은 그동안 공매 등을 통해 자산을 매각하기 위한 시도를 여러 차례 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한국도로공사(도공)의 경우 경기 성남 본사 사옥에 대해 지난 6월 말부터 이달 11일까지 첫 공매를 실시한 결과 참여자가 없어 유찰됐다. 도공 본사의 최저입찰가는 3380억원에 달한다. 도공은 같은 금액으로 올해 안에 다시 매각공고를 낸다는 계획이다.

LH는 성남 구미동 사옥(옛 주택공사 사옥)과 정자동 사옥(옛 토지공사 사옥)이 각각 4번, 2번 유찰됨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선회했다. 구미동 사옥은 당초 금액이 4015억원이었지만 2번 유찰 이후 재감정을 통해 3525억원으로 낮췄다. 그러나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2784억원에 달한 정자동 사옥 역시 입찰자가 없었다. LH 관계자는 "지방으로 이전하는 올해 말부터 1년 이내에 매각하면 되기 때문에 아직 시간은 있다"면서 "중견기업들 두세 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해 최고의 노른자 땅으로 불리는 한국전력 본사 부지는 2곳에 의뢰한 감정평가가 끝나는 대로 이달 안에 부지 매각공고를 할 계획이다. 시장에선 이 부지의 가치가 4조~5조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상화 계획에 따른 자산 매각 등은 2017년까지 진행하면 되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 다만 기관들이 8월까지 자체적으로 특정 자산을 어떻게 하겠다고 제출한 만큼 이에 대한 중간평가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9월 중간평가 대상기관은 이들 18곳 부채과다기관을 비롯해 방만경영 중점관리기관 20곳, 부채점검기관 8곳, 방만점검기관 8곳 등 총 57개 기관이다.

이들 기관 중 이달 초 1차 중간평가를 거쳐 양호한 평가를 받은 곳은 9월 중간평가 시 일부 사항에 대해 점검이 면제되거나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특히 부채과다기관에 대해선 부채감축 40%와 방만경영 개선실적 60%의 가중치를 부여해 중간평가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 가운데 감축 실적 등을 중심으로 한 계량지표는 전체의 65%, 정상화계획 이행 노력 등 비계량 지표는 35%가 각각 반영된다.
다만 부채감축계획과 8대 방만경영 정상화 이행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실적은 평가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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