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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 홍수 “집 살까? 말까?”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30 21:17

수정 2014.11.04 19:45



“급매물은 아직 많이 있나요? 매수시기를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잡았었는 데 규제가 본격적으로 풀리기 전에 매입을 서둘러야 할까요. 물건을 거두는 매도자들은 없나요.”

30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단지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매수대기자들의 문의 전화가 20∼30분 간격으로 이어졌다. 재건축 시장 침체로 최근엔 매수자들의 문의가 거의 없었지만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갑자기 문의가 늘어난 것이다.

개포주공1단지 우정공인 관계자는 “최근엔 매수자들의 움직임이 거의 없었는데 오늘 하루만 20여 통이나 문의전화가 이어졌다”면서 “규제가 완화되기 전에 매수 타이밍을 잡아야 할지를 묻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매도자 중에도 규제완화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일부 급매물을 거둬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완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완화 또는 폐지 등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완화 추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수요자들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당분간 집값 하락을 대세로 여기고 관망세로 일관하던 매수대기자들이 매수타이밍을 앞당겨야 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 재건축 투자 타이밍 의견 엇갈려

재건축 아파트 투자시점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재건축 규제완화가 예고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에라도 2005년∼2006년 기준 고점 대비 20∼30% 하락한 급매물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가 있는 반면 여전히 더 기다려 봐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국민은행 프라이빗뱅킹(PB)사업부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소형 아파트 건설 의무비율 축소, 용적률 상향 등 재건축 규제완화가 실시되면 재건축 아파트의 수익성은 크게 높아진다”면서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진 급매물은 지금 매입해도 좋다”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는 통상 규제완화가 발표되면 바로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규제완화 대책이 확정되기 전에 미리 접근해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주변 집값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재건축 규제가 풀린다고 곧바로 집값이 크게 오르긴 힘들지 않겠느냐”면서 “당분간은 어떤 규제완화 대책도 시장을 반등세로 돌이키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향후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등이 시행되면 매물이 더 늘어나고 이로인해 하락세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양날의 칼’

정부가 추진 중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또는 폐지가 실제 시행될 경우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견해 차이가 크다. 시장이 하락기이므로 오히려 양도세 부담이 사라진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대거 내놓으면서 집값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다주택자가 주택을 보유하는데 부담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 자금여력이 있는 투자 수요가 증가해 집값을 상승시킬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는 매물이 더 늘어나 하락폭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05∼2006년 집값이 최고점일 때 집을 마련했던 사람들 중에 양도세 완화 조치를 이용해 급하게 집을 처분해야 할 사람이 꽤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내집마련정보사 양지영 팀장은 “지금처럼 집값 하락에 대한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세가 줄어들면 일시적으로 매물이 늘어날 수밖에는 없을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팔지 못했던 매물을 현금화시키려는 움직임이 한 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해소까지 여전히 관망해야

전문가들은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완화가 예상되지만 매수자들은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규제완화가 시작된다고 해도 당장 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서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앞으로 추진할 규제완화 추이, 시장 동향 등을 좀 더 지켜본 후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강공석 투모컨설팅 사장은 “정부가 너무 정책을 자주 내놓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투자자들이 헷갈려 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더 이상 대책을 내놓을 것이 없다고 판단되고 시장 상황이 다소 살아날 기미가 보일 때 천천히 매수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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