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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동포,미분양 사세요”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1.02 22:16

수정 2008.11.02 22:16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급증하는 미분양으로 골치를 앓는 건설사들이 해외 수요자를 대상으로 미분양주택 수출을 추진하는가 하면 해외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국내 투자자들의 환율변동 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해 원화를 기준으로 해외 부동산 취득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환위험 헤지’ 부동산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수도권 오피스텔·아파트 ‘수출’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화가치가 달러나 엔, 유로 등 외국 통화와 비교해 대략 30% 이상씩 급락함에 따라 해외 통화를 결제수단으로 국내 주택을 매입하게 되면 사실상 20∼30%씩 주택을 싸게 사는 효과가 생겼다. 이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국내 오피스텔이나 미분양아파트를 해외에 팔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에만 1500여명의 에이전트를 둔 해외 부동산중개업체인 뉴스타그룹은 최근 한국 건설업체로부터 자사 보유 미분양물량을 팔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세부조건을 협의 중이다.

한상대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뉴스타그룹 남문기 회장은 “현재 서울 여의도 파크센터 오피스텔과 경기 일산 덕이지구 하이파크시티 등을 포함한 국내 20여개 사업지에서 일부 물량을 해외 동포들에게 매각하자는 제안을 해 오고 있다”면서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 동포들에겐 지금 같은 고환율 시대가 투자 적기여서 적극 판매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해외동포들이 국내에서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매입할 경우 국내 은행에서 대출이 50% 가능하고 나머지 50%는 달러로 결제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달러가치 상승으로 인해 사실상 초기 분양가의 30∼40% 자금만 있으면 국내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셈이다. 이후 전세나 월세로 돌려 짧은 기간에 투자금액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뉴스타그룹의 계산이다.

여의도 파크센터 분양업체인 파크센터 프로퍼티스 관계자는 “환율 급등세로 인해 해외에 사는 한인 투자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헤지 해외 부동산상품 잇따라 출시

원화가치 하락이 해외 거주자들에게 국내 주택을 싸게 살 기회가 되고 있는 데 비해 국내 거주자들이 해외에 투자할 경우엔 부담이 증가한다. 해외 부동산투자는 일반적으로 달러로 대금을 받기 때문에 해외 부동산투자에 꺼려질 수밖에 없는 것. 따라서 해외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환율 불안에 따른 위험을 줄일 목적으로 잇따라 환위험 헤지상품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해외부동산 개발기업인 렉스미어는 필리핀 수비크경제특구에 건설 중인 ‘수비크 렉스미어 호텔 리조트’ 136채를 이달부터 원화로 대금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분양키로 했다. 해외 부동산은 보통 달러 기준으로 판매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감을 없애기 위해서다. 조망권에 따라 소폭 차이가 있지만 112.50㎡를 분양받는 데 평균 2억5800만원이 든다.

다국적 종합부동산기업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인도네시아 발리 잠바란 지역에 짓는 6성 호텔급 풀빌라 ‘레바타 페카추 레지던스’ 81실을 달러당 1100원으로 환율을 고정해 분양하고 있다. 681㎡의 경우 2년 후 회사 측에 최초 분양가격에 되팔 수 있는 원금보장형 ‘바이백’(buy-back) 옵션도 내걸렸다.


해외 부동산 개발업체인 씨알에셋도 지난 5월부터 분양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암팡 지역의 주상복합아파트 ‘암팡 푸트라 리젠시’ 156가구를 링깃당 330원에 고정해 팔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불안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부동산 취득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환율 변동에 대비한 상품은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루티즈코리아 임채광 팀장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판매하는 회사가 믿을 만한지, 사업 노하우는 충분한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면서 “특히 환헤지 부동산상품을 내놓기 위해 분양가를 더 높일 수도 있기 때문에 현지 시세와 주변 다른 사업지 분양가 동향을 반드시 확인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 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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