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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포털,게시글·댓글 모니터링 하라”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1.05 21:25

수정 2008.11.05 21:25



인터넷 포털 업체가 수백만건의 댓글이나 게시판 글을 일일이 모니터링하도록 의무화하고 올라온 글 중에 명예훼손이나 불법성 글은 30일간 일반 네티즌이 읽지 못하도록 블라인드 조치를 할 수 있게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마련됐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은 정부·여당과 야당, 시민단체들의 이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사안. 방통위가 일단 개정초안은 마련했지만 앞으로 법제처 심사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본격적인 논란이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날 전체회의에 참석한 방통위 위원들조차 개정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개정초안 의결에 그쳤다.

■모니터링 의무화, “권고조항으로” vs “세부 의무조항으로”

포털의 댓글, 게시글 모니터링을 의무화하는 조항에 대해 방통위 이병기 위원은 “우리나라는 인터넷을 산업적으로 접근해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산업적 특수성이 있는데 모니터링을 의무화하는 것은 과다한 규제가 될 수 있다”며 “사업자가 지켜야 할 권고조항 정도로 법률에 명시하자”고 의무화 규정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해외 출장 중인 이경자 위원도 미리 제출한 서면의견을 통해 “포털의 모니터링 의무화는 단순히 정보를 게시하는 사업자에게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반대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형태근 위원은 “단순히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 조항은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후속조치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고 포털의 규모에 따라 모니터링 규모도 규정해 줘야 하는데 이런 조항이 없어 단순히 선언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네이버 같은 포털이 모니터링 인력 1명으로 형식적인 의무를 지킨다 하더라도 규제할 조항이 없으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방통위 위원들 간에 이견이 팽팽한 이 조항은 야당들도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 심의과정에서 본격적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본인확인제 적용 포털 규모도 새로운 이슈

게시판에 글을 쓸 때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된 사이트의 규모에 대해서도 새 논란이 제기됐다.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에 따라 하루 방문자 10만 이상인 모든 인터넷 사이트에 적용하고 있는 이 조항을 법률에 명시하자는 주장이 나온 것.

이병기 위원은 “법률 개정 과정에서 법무부가 하루 방문자 1만명 이상인 모든 사이트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본인확인제 확대 의도가 나타나고 있는데 무분별한 확대를 막기 위해 법률에 10만 이상의 사이트라고 명시하자”고 주장했다. 시행령에만 ‘10만 이상 사이트’라고 명시하면 언제든지 시행령을 고쳐 하루 방문자 1만 이상 사이트로 범위를 늘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방통위 전체회의는 반대의견을 속기록에 명시하는 것으로 그친 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다시 논의를 할테니 방통위는 일단 초안을 통과시키자는 것이다.


결국 방통위는 표현의 자유 억압이냐, 인터넷의 명예훼손 방지냐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 문제를 국회로 넘긴 채 초안작성에 만족하며 손을 놓은 셈이 됐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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